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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거리

자멸하는 패션 기업의 채용 기준.

 

 

 

패션

 

 

열정페이로 인한 논란으로 시끌한 요즘 또 다른 논란거리가 등장했다. '패션 디자이너 조건에 몸매 포함.' 이 그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조건 이상의 몸매를 가진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기업의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MBN기사에 따르면 디자이너 채용에 불필요한 신체조건을 내거는 기업이 존재한다. 면접과정에서 특별한 검증없이 외모만 훑어본 후 불합격 통보를 받으며, 이런 풍토에서 신입 디자이너들은 취업활동을 하면서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패션디자이너는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 아닌가? 미적 감각이나 시대 요구를 읽는 통찰력 같은 것이 패션디자이너의 소양일 것이다. 몸매는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직접 착용하고 소비자 앞에서 시연해보일 모델들의 영역 아닌가 싶다.

 

패션디자이너에게 몸매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속내는 역시 '돈'이다. 몸매 좋은 디자이너를 뽑아서 모델 역할까지 시키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모델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의 금전적 보수가 지급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기업은 단지 모델에게 지급할 비용만 절약하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그게 무슨 문제 될거 있냐 할수도 있다. 기업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뽑고, 자기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는데 말이다. 자율적인 기업활동 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기업측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패션디자이너에게 몸매를 조건으로 달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문제가 있다.

디자이너에게 모델 업무를 부과한다면 모델은 어디가서 설 것인가. 추가적인 모델 업무를 떠안은 디자이너가 입게 될 손실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디자이너는 옷을 디자인하고 그에 따른 성과로 커리어를 쌓는다. 디자인에 매진해야 할 업무 시간을 할애 당하고, 보수 조차 받지 못하는 디자이너는 기업으로부터 이중으로 착취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패션업계의 전문가 양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디자이너의 실력 검증에 불필요한 조건인 몸매로 인력을 선별한다면, 그 과정에서 실력이나 발전 잠재력은 있지만 모델급 몸매가 아닌 디자이너들은 현업에 발을 들일 기회를 잃게 된다.

 

눈앞의 이익을 쫒는 기업의 선택 기준에 의해 능력있는 이들이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에 의해 유실되는 인력이 가진 가치 만큼 패션업계는 절약한 비용의 수백 수천배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2등 전략으로 재미 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부터는 선두에 서서 시장을 이끌지 못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쇠퇴요. 과거의 영광에 대한 그리움 뿐이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큰 그림을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를 수립하여 기업의 영속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살아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전략이 고작 돈 한푼 아끼는 것이라니. 패션업은 유행과 브랜드 가치가 회사 생명을 좌우하는 업계다. 천재적인 디자이너 한 사람에 의해 업계 최고가 될 수도 있는게 패션기업인 것이다. 인재육성에 대한 획기적인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해도 모자랄 판국에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기 살을 깎아 먹는 패션기업들이 존재하다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뭐, 평생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을 운영할 생각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크기가 동네 구멍만하다고 사람 정신까지 고만해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