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의 안나까레니나 법칙
톨스토이의 책 안나까레니나에 나오는 대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 이유가 다르다.”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인간에 대해 깊은 통찰을 했던 톨스토이였기에 써 낼 수 있었던 문장, 이것이 안나까레니나의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안나까레니나의 법칙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공통적인 조건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위대한 성인이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다. 성공한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공통점이 있다. 매력적인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이 있고, 잘되는 음식점에도 공통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올바른 독서법에도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독서법에 관련된 세권의 책을 읽었다. 고르기 위한 특별한 기준은 없었다. 손 가는데로 집어 든 책이다. 평소 가지고 있던 독서법에 대한 생각과 중첩되는 부분도 있고, 새로운 의견을 발견해 기존의 독서법에 수렴시킨 부분도 있었다. 찾아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방식의 독서법들이 많다.
그런데 타인의 독서법을 읽다보면 그 요령이 뒤죽박죽 되어 정작 나만의 독서법을 정착시키기가 어려워진다. 해서, 접했던 독서법 중 공통점을 뽑아 내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종의 '독서법 안나까레니나 법칙'이다.
고작 세권이지만 그래도 독서 전 마음가짐을 점검할 수 있는 공통된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권영식, 고미야 가즈요시, 김병완. 세 저자가 말한 독서법에서 공통점을 찾아 제시하고 해당되는 내용을 세가지로 요약해보고자 한다.
참조 포스팅
세 저자가 말한 독서법의 공통점
1. 참조하며, 깊이 있게 읽어라.
한권의 책으로 끝내는 독서는 얻는 바가 적다. 얕게 형성된 지식은 곧 증발해버린다. 하지만 깊이 연구하며 여러권의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 형성한 지식은 체계를 이룬다. 제대로 자리잡힌 지식은 사람의 정신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다산의 독서법을 분석한 권영식은 정독을 권한다. 글자 하나까지 허투루 보지 말며 모르는 용어가 나올 경우 그 용어가 사용된 다른 자료를 참조하여 사용된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책 한권을 읽으며 여러권의 책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다독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밌게도 고미야의 숙독법이 다산의 정독법과 일맥 상통한다. 고미야 역시 전문서적을 읽으며 각주는 물론 참고문헌까지 모두 참조하여 '깊고 넓게'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심도깊은 독서법은 전문가와 동등한 수준의 지식을 쌓기 위해 사용하는 독서법이라고 말했다.
김병완 역시 독서를 하며 한권으로 끝내지 않고 관련된 내용의 책을 수없이 있얽다 했다. 한가지 분야의 책 수백권을 읽어 한권의 책을 써냈다고 한다.
2. 주관을 가지고, 생각하며 읽어라.
깊이 있게 읽는다 해도 저자의 생각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은 올바른 독서가 아니다. 독서는 독립적,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저자와 내가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이 올바른 독서의 자세인 것이다. '이게 정말 맞아?', '이 방법이 최선이야?' 수시로 질문하며, 자기 생각을 정립해야 한다.
권영식이 말하는 다산의 질서는, 생각하는 독서법이다. '회의와 자득.' 항상 저자의 주장이 '과연 옳은가, 최선인가' 의심해야 하며, 저자가 내린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내면화 해야 함을 강조한다.
고미야 역시 통독법에서 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독서 할 때는 펜을 들고 핵심을 찾아 밑줄을 긋고,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둘 것을 권한다. 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책의 핵심을 포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병완 식의 초서에서도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강조한다. 김병완은 독서 중 발췌한 문장 아래 코멘트를 달며 자신이 가진 생각과 깨달은 바를 정리해 나가는 독서 방법을 제시한다.
3. 읽었으면, 써라.
복습을 통해 학습이 완성되듯이, 글을 써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독서가 완성된다. 읽기는 쓰기의 준비 단계이다. 올바르게 읽었다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내면에 쌓인 지식과 지혜가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려고 하는데 그것을 어찌 억누를 수 있겠나. 불타는 창작욕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읽고 익힌 바를 글로 써서 정리해 내는 것은 무엇을 배웠고 깨달았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이다. 올바른 독서에 필수적이며 가장 중요한 행동이 쓰는 것이다.
다산의 질서와 초서는 모두 쓰기가 포함되어 있다. 생각하고 깨달은 바를 적는 질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후에 한권의 적으로 엮어내는 초서. 다산은 마냥 읽기만 하는 독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 그만큼 백성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지론. 방대한 다산의 저작은 독서 후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한 표본이다.
통독법과 '독서력을 높이는 8가지 테크닉'을 통해서 고미야 역시 쓸 것을 촉구한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바를 수시로 정리하고, 한권을 다 읽은 후에는 독서노트에 해당 내용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인풋은 아웃풋을 동반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고미야의 의견이다.
김병완은 쓰기 신봉자다. 그의 독서법 핵심인 초서독서법은 온통 쓰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발췌하고 의견을 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독서법의 오할이상을 차지한다. BTMS 독서법을 제시하면서 읽기 전후로 변화되는 자신의 인식을 기록하고 점검할 것을 강조한다.
나가며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뭘 읽었나 싶을 때가 있다. 분명 뭔가 읽기는 했는데 그 내용도, 그에 관한 의견도 떠오르지를 않는 것이다. 이는 독서에 임할 때 취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독서는, 그저 시간을 좀먹는 행위일 뿐이다. 독서를 한다는 안도감에 취해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독서가 되는 것이다. 목적 자체가 휴식과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독서는 원초적인 쾌락이 목적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통찰력을 길러야 하며, 사색하고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깨달음을 적용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올바른 독서법을 정립해 두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 독서법과 관련된 백권의 책을 읽어봐도 위에 언급한 세가지 공통점은 똑같이 적용되리라 생각한다. '탐구, 사색, 정리'는 책 읽는 행위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요구될 자세이니 말이다.
하지만 부족한 자료를 통해 정리한만큼 보완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발견되는 내용이 있다면 차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은 분들에게 올바른 독서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계기와 스스로의 독서자세를 점검해 볼 기회가 되었기를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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