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없을 때 잡담거리로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는 당시대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마련.
요즘에는 이런 화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허니버터칩 먹어봤냐?'
주변에 먹어봤다는 사람보다 안먹어 봤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니 구하기 힘든 희귀한 과자이긴 한가보다. 실물을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그야 말로 전설속의 허니버터칩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다는 주장. 인기가 워낙 많아 출하와 동시에 매진되기 때문에 특정 구매자들만 구할수 있다는 주장. 재테크(?)를 위해 누군가 매점매석하고 있다는 주장 까지.
들어보면 모두 어느정도 일리있는 주장이고 세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허니버터칩의 희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꼬꼬면의 전례를 해태제과는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때 입소문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꼬꼬면은 수개월 후 조용히 그 자취를 감췄다. 색다른 맛에, 인기에 끌려 구매했던 소비자는 곧 그 맛에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는 다시 익숙했던 예전의 맛을 찾아가 버렸다.
꼬꼬면의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던 회사는 그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내 늘려두었던 꼬꼬면 생산라인을 축소해야 했고 그것은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됐다.
해태제과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지금은 반짝 인기가 있지만 다들 맘껏 먹게 되면 질리게 될지도 몰라. 아직은 생산량을 늘릴 시기가 아닌듯.'
'아직 때가 아니야. 좀더 굶주리게 만들어서 모든 국민이 허니버터칩을 알게 될 때 그때 물량을 풀어야지.'
만약 지금의 허니버터칩 열풍이 누군가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된 마케팅이었다면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다.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연구되어야 할 만큼.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화를 입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은 없고, 대중은 쉽게 망각한다. 지금의 허니버터칩 열풍이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언젠가 허니버터칩은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날 것이고, 이 열풍은 기현상으로 끝날것이다.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열에 아홉은 이렇다. '색다른 맛이긴 한데 미치게 맛있지는 않다.' 한번쯤은 먹어볼만하지만 입에 달고 살만큼 매력있는 맛은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감자칩을 일년에 몇번이나 먹을까. 아마 사람에 따라서는 감자칩을 한번도 먹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의 경우 입소문을 타고 과자에 관심도 없던 이들까지 구매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매출이 급상승한 것이다. 과자 마니아들의 지속적인 구매에 힘입은 매출 상승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말은 곧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허니버터칩의 매출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해태제과는 지금의 기회를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
물량을 풀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허니버터칩을 맛보고 또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주 먹고 그 맛에 습관이 배어야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특히 아직 입맛이 고정되지 않은 어린 소비자 층에게 맛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수적인 절차가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물량을 하루 속히 늘려야 한다. 그만큼 애태웠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기다리기가 슬슬 화가난다.
호감이란 것도 어느정도 반응이 있을때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 시작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허니버터칩 마케팅을 지금처럼 유지하면 이제 슬슬 반감을 가지는 소비자 층이 형성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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