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듣는 관습적인 표현들이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침묵은 금이다.’ 와 같은 것들 말이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진리이고 일상생활에서 관용어처럼 사용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말들의 참된 의미에 대해서 사실은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말이다.
명제나 아포리즘과 같이 함축된 문장에 담긴 이성적, 체험적 진리. 간결하고 예리한 표현으로 기억하기 쉽게 구성된 문장들. 하지만 뜻이 함축되어 있는 만큼 그 속에 담긴 본 뜻을 헤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쌓인 경험이 어느 수준을 넘어 설 때 비로소 참뜻을 체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런 명제나 아포리즘처럼, 인생 선배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경험을 통해야만 얻게 될 깨달음을 독자가 체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다. 본인이 살아온 삶을 통해 깨달은 지혜와 진리를 독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나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풀어 놓으며 저자가 뜻한 바는 무엇일까. 저자는 친절하게도 에필로그에 자신이 하고자 한 말의 요점을 언급해 두었다.
‘자신의 의식을 정리하여 무의식을 살피고 감독하며, 나쁜 습관을 제거함으로 의식을 명료하게 하라. 추구할 목표를 명확히 하되,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과 삶 그 자체를 소중히 하라. 주어진 상황에서는 최악/차악 만을 선택할 수 있다. 노력을 통해 내가 상황을 만들어 최선/차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라. 노력하고 있다면 조급해 하거나 부러워 말고, 인내하고 기다리라.’
자기 혁명을 제목으로 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을 가다듬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을 저자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주 독자로 젊은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비단 젊은이만이 아니라 정체된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거나 어려움을 만나 흔들리고 있는 중장년층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핵심에 있는 것은 독서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삶을 이뤄낸 힘의 8할은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말하며 학습의 기본이자 핵심으로 독서를 꼽는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소제목 ‘낯선 것을 통해 본질을 통찰하라’ 를 통해 사유의 중요성과 그에 독서가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책의 후반에서는 ‘독서법’ 이라는 챕터를 통해 독서의 방법, 원칙, 책을 고르는 법을 설명한다. 자기 혁명에는 세상과 자신의 모습, 정신을 통찰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이 필요하며 그 힘을 기르는 가장 가깝고 효율적인 방법이 독서임을 말하고 있다.
몇 년 전 인문학 열풍의 중심에 섰던 이지성 작가의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지성 작가 역시 인생을 바꾸는 치열한 독서를 강조하며 고전을 통해 천재의 사고방식을 배워 천재의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서의 효용과 중요성을 체감한 이들에게서는 언제나 궤를 같이하는 주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자기혁명」에는 독서 외에도 저자가 삶의 여러 부면을 살피고 생각을 정리한 글이 담겨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 수신법, 대인관계에 대한 조언 등 하나의 챕터만으로도 생각의 꼬리를 이어갈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 이 책에서 무엇을 핵심으로 보고 가장 큰 깨달음으로 취할 것인가는 각각의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박경철의 책은 흡인력이 매우 뛰어나고 매력적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저자의 생각을 읽고 있노라면 때론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가 자신의 생각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극단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표현을 사용하는 부분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한다. 일례로 책의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좇지 말라는 것은 패배자의 논리다. 지금 만약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좇아라. 지금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다.’
현실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 발전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말라는 뜻의 글이다. 하지만 굳이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두마리의 토끼를 좇지 말라.’ 는 진리를 패배자의 논리라고 매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의 주장에 관심을 더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과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보다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의 고사를 인용해 위의 주장을 뒷받침 하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글에 모순되어 보이는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독서법을 이야기면서,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에 매몰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독자에게 책을 읽음에 있어 긴장의 고삐를 꽉 죄고 의식의 주인이 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이 권고는 당연히 자신의 책에도 적용되는 것일 터,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독자에게 오류를 전파하는 것을 염려하는 조심성이 보인다. 저자의 생각에 매몰되지 말라는 말을 지팡이 삼아 번뜩이는 정신으로 허점을 찾아내는 독서를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독자마다 느낄 수 있는 부족함도 있겠지만 그것이 책 전반의 가치를 흐리지는 않는다. 따뜻하면서 냉철한 시선으로 저자의 사고를 탐험한다면 한 개인이 갖추어낸 정신세계의 넓이와 깊이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새로운 깨달음과 자극을 얻게 해줄 책이다. 이미 앞길을 걸었던 인생 선배의 자상한 경험담. 그보다 더 소중한 교육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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