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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산책

향일암 그리고 갓김치 오르막길

 

 

 

 

 

 

 

 

 

해맞이! 해맞이를 해야겠다. 설을 맞아 별안간 신년에 하지 못했던 해맞이에 대한 열정이 솟아 났다. 그래서 택한 장소가 향일암. 이름도 좋다.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말인가. 이곳이 바로 해맞이 장소로구나.

 

 

 

향일암은 여수시 끝자락에 위치한다.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 향일암을 향했다. 오전 까지 설 손님을 접대하고 오후에 출발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화창한 날씨에 여행이 기대됐지만 막상 당일은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룰루랄라. 향일암을 향했다. 여수시까지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 수월하게 도착했다. 그런데. 여수시 초입부터 향일암 까지 가는 길이 또 한참이다. 향일암은 여수시의 맨 아래 구석 끝에 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가다 굽이진길로 들어가 한 30분 가량을 더 소모했다.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어촌 해안길 구경 한 걸로 위안을 삼고, 드디어 향일암 진입로에 도착 했다. 설연휴라 한적할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사람이 무지 많았다. 차도 많았다. 향일암 휴게소 주차장에서 펜션까지 한 800m거리를 한.. 20분 걸려서 들어간 듯 하다.

 

드디어 도착한 펜션. 바다와 맞닿아 있다고 했는데 경치가 좋으려나.

 

 

 

 ▲ 펜션 발코니 우측의 모습

 

 

▲ 펜션 발코니 정면

 

 

▲ 펜션 발코니 좌측


 

이런 펜션은 처음이다. 정말 바다와 맞닿아 있다니.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니 쏴아아~ 촤알싹~ 쓰어어~ 처얼썩~ 생생한 바다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바다를 향한 방 6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이번에 묵게 된 방의 위치가 가장 나아 보였다. 좌나 우로 더 들어간 방은 전경을 차지하는 바다나 육지의 비율이 커져서 심심해보일 듯 하다. 가운데 방으로 잡길 잘 했다.

 

날씨가 흐려 사진이 어둡다. 맑은 날이면 정말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텐데.. 가만 이 사진 당일에 찍은게 아니고 다음날 아침에 찍은건가? 모르겠다. .

 

짐을 대충 풀고, 향일암을 가보기로 한다. 향일암. 과거에 한차례 불탄적이 있는 암자다. 대웅전이 소실됐다고 들었는데. 다시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은 없다. 안찍었으니까! 

  

향일암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리고 그 길에 양옆으로는 갓김치 상점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정겹다. 여수 돌산 갓김치. 지역 특산물이다.

 

 

 

▲ 오르막 오르막. 아가씨 같이 가요. 

 

 

 

갓김치 상점들의 간판이 깔끔하게 정비 되어있다.  과거 크고 넙대대 하던 간판들을 철거하고 깔끔한 led 간판으로 교체했나 보다. 여수시의 재정 지원이 있었는지? 일출제 등의 축제를 고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오르막 길을 뒤돌아 보니 내리막 길이더라. 이길을 10분 가량 오르면 향일암 매표소가 나온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다. 세상에. 가게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바다가 보이다니. 여기서 장사하는 분들은 매일 보는 풍경이라 그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순간 드는 감정은 그랬다. 참 부러운 곳이고 사뭇 부러운 삶이다.

 

 

 

 ▲ 상점 주인 아주머니가 미인이시다. 갓김치가 비결인가?

 

 

손에 갓김치를 한 박스씩 들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장사가 잘되는 듯하다. 갓으로 담근 물김치 국물을 한번 먹어봤는데 아주 감칠맛 나고 맛있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도 한박스 구매했다. 인증 사진은 없다. 안찍었으니까.

 

 

 

 ▲ 이곳까지 커피샾이라니. 커피가 다들 좋아서 마시는 건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다. 설 연휴를 맞아 가족 친지가 여행온 팀도 보이고,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한적 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보인다. 겨울 바다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고즈넉하고 조금은 쓸쓸한 이미지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북적대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한편으로는 더 낫기도 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항상 왠지 모를 흥분이 담긴다.

 

 

 

 ▲ 향일암에 가기 위해 오르는 계단. 여기서 연인들의 짜증나는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자주 연출된다.

 

 

 

드디어 향일암 입구다. 입장료가 있다. 어른 2000원이었나? 절에서 운영하는 것이기에 국립공원만큼의 할인혜택은 없다. 사실 사람들이 향일암을 찾는 이유는 절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그곳의 풍경을 보려는 것이지. 과거 땅의 주인이 없던 시절, 경치 좋은 곳들에 모조리 터를 잡고 오늘에 이르러 소유권을 주장하며 입장료를 징수하는 모습이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절이 문화재로써 가치가 있다면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절을 문화재로써 관람하기 위해 돈을 내고 방문할 만큼 가치 있는 곳이 몇군데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이 자리잡고 있는 곳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 그 장소를 볼모로 잡은 절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하고 있다.

 

물론 절 측에서는 할 말이 있겠지만,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명목 그대로의 문화재 관람료라면,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 정문에 매표소를 설치해 실제로 절에 출입하는 관람객에게만 관람료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 향일암 여행기를 담은 블로그에는 꼭 이 사진이 있더라.

 

 

  ▲ 향일암 여행기를 담은 블로그에는 꼭 이 사진이 있더라. - 2 -

 

 

향일암 오르는 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코스였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 나갈 정도의 폭. 가로 0.5m 세로 4m 정도 되 보이는  좁은 동굴을 지나면 또 바위 사이로 만들어진 계단을 만난다. 향일암을 다녀온 이들이 올린 블로그 글을 보면 하나 같이 이 사진이 들어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보는 눈은 다 비슷한가 보다. 남이 못보는 특이한 것을 찾아내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 예술가가 되고 뭐 그런거겠지.

 

 

 

 ▲ 향일암에서 바라본 풍경. 저~기 내가 묵을 펜션이 보인다. 안보이나? 저~기 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향일암 정상이다. 툭 터진 풍경이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향일암이라 이름 붙일만 하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해를 가리는 것이 하늘의 구름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향일암은 조그 맣다. 둘러보는데 5분도 채 안걸릴 만큼. 하지만 절 자체는 이렇다할 매력이 없다.

 

원효 대사가 좌선했던 바위라는게 있다는데, 직접 보지 못했다. 관심 부족, 정보 부족 이다. 향일암을 원효대사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갔다니. 원효대사는 신라 사람이다. 불경 공부를 위해 당나라를 향하던 중 해골물을 마신 뒤, "진리는 바깥이 아니라 내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돌아와 당시 신라 땅이던 여수 끝자락에 향일암을 만들고 공부를 했다 한다. (확인된 정확한 원전은 없다. 주워 들은 내용이다.)

 

오랜 역사와 고승의 자취가 어린 장소인데, 그 대웅전이 불타서 완전 소실 됐다니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문화재 보존에 소홀할 수가. 그래놓고 문화재 관람료는 받고 있으니.. 불타 없어진 대웅전과 함께 그 정신도 사라져 버린 걸까. 스님들이 가판대를 세워두고 장사를 하고 있다. 낮에는 장사를 하면서 종교활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밤에 수행을 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하는 것일까? 어쨌든 향일암은 수행하는 경건한 장소라기 보다는 그냥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찍기 싫어서 사진은 안찍었다.

 

 

 

 ▲ 사진 중앙에 위치한 것이 숙박할 펜션이다. 건물 신축하네. 좌측 하단에 해맞이 광장이 보인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펜션 전방 50m에 바다가 있다. 방에서는 몰랐는데 수영장도 있었군. 펜션 뒤쪽에 다른 펜션이 지어지고 있다. 향일암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펜션이 상당히 많다. 이 좁은 섬의 구석에 이렇게 수많은 펜션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있는 것이 놀랍다.

 

경치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갓김치길에서 갓김치 한박스 사고, 갈치조림정식을 먹었다. 인당 12,000원이었나. 바닷가 식당이라 그런지 짭조롬 한 것이 밥도둑이었다. 혼자 두공기 반을 먹었으니. 먹을만 했다. 식당에 들어갈 때는 한팀 밖에 없었는데 식사하는 동안 테이블이 가득 찼다. 테이블이 여댓개 있었던가.. 사진은 없다. 나는 음식을 앞에 놓고 사진찍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냥 먹는다.

 

배도 부르고, 이제 숙소로 돌아와 뒹굴 거리다가 복층에 있는 침대에서 잠들었다. 베개가 너무 푹신해 불편한 것 빼고는 쾌적했다. 쏴아아 쏴아아 밤새 파도소리가 들렸다.

 

 

 

 ▲ 주방에 널려진 짐들. 밥솥에 전자렌지까지 있다.

 

 

다음 날 아침. 펜션 내부 사진을 찍어봤다. 내부 기자재는 잘 갖추어져 있다. 건물이 오래된 느낌이 있지만 최근에 보수를 한듯 도배지와 전자제품들이 깨끗하다.

 

 

 

 ▲ 이층 난간에 걸린 바지가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복층으로 이뤄진 펜션이다. 발코니로 이어지는 출입문으로 바다가 보인다. 문을 열면 실내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 추워서 문을 열어두기는 힘들다. 봄부터 가을까지가 이 펜션의 장점을 제대로 만끽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우측에 쇼파가 있는데 짤렸네. 이층에는 침대가 있다. 대개 복층 펜션은 외풍이 있어 추운데, 이곳은 따뜻했다. 난방시설도 잘 되어있고 외풍이 없었다.

 

 

 

 ▲ 베개가 왜 바닥에 있지.

 

 

이 층에도 머리맡에 창문이 있다. 이런 집에 살아야 되는건데. 고개만 돌리면 그림같은 바다가 뙇. 매트리스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삐걱거리지 않고 쿠션감도 좋았다. 다만 베개가 너무 푹신했다.

 

 

 

 ▲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경사가 조금 급하다. 구르면 아프다.

 

 

 

계단에 커버가 깔려있다. 발시렵지 말라는 배려인가? 미끄럼 방지도 되고. 가파른 계단 때문에 이용객이 불편할까 신경 쓴 주인장의 마음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무좀 걸린사람이 젖은 발로 왔다갔다 했을까봐 벽에 붙어서 오르내렸다.

 

 

 

 ▲ 아침에는 뉴스를 봐야한다. 음 여권 9룡시대가 오나. 아나운서 이쁘네. 누구지?

 

 

 

쓰레기통도 비치되어있다. 다른 펜션도 다 그랬나?

 

 

 

 ▲ 곱게 게어놓은 침구.

 

 

앞에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가면 우측에 화장실이 있다. 외벽과 붙어있어서 그런지 다소 춥지만 설비는 깨끗하고 온수도 잘 나온다. 비데도 있다. 신제품이다. 사진은 안찍었다. 귀찮아서.  

 

 

 

 ▲ 아침 7시도 안된 시각.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날씨를 보러 발코니로 나갔다. 아침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도착한 여행객이 보인다. 아마 일출을 보러 온 모양인데, 날씨가 허락할까? 참 부지런한 사람들 많다.

 

 

 

▲ 발코니에서 바라본 전망. 날이 흐려 해돋이는 보지 못했다. 

 

 

 

에고, 날씨가 흐리다. 해가 뜬것 같은데 보이지않는다. 해가 뜨면서 하늘에 점점 색변화가 일어난다. 까맣던 하늘에 푸른 빛의 그라데이션이 시작됐다. 맑은 하늘이었으면 저 색이 붉은 빛을 띄었겠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저멀리 불빛이 반짝이네.

 

 

 

 ▲ 이층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

 

 

 

이층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창문 옆에 책상과 책장을 두고 차한잔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그런 여유, 운치. 낭만있다. 언젠가 그런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 음.

 

우연히 발견한 펜션이지만 하루 잘지냈다. 성수기에는 20만원이 넘는 방인데 비수기라 15만원에 묵었으니 가격도 만족이다. 물론 하루 자는데 15만원이 아까운 돈이긴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빨리도 지나갔다. 주섬주섬 짐을 싸고 10시쯤 펜션을 나섰다. 체크아웃 시간은 11시다.

 

어제 그렇게 밀리던 길이 오늘 아침에는 깨끗하다. 아직 당일치기 여행객이 올시간이 아니고 펜션 숙박객들이 나올 시간이 아니라 그런가.

 

 

 

▲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이름모를 바위섬. 이 사진도 향일암 포스팅 글에는 꼭 있다는 전설이.

 

 

하늘이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렸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빗소리를 들으며 달리니 괜시리 센티멘털 해진다. 근데 센티멘털이 무슨 뜻이지. 정서적, 감정적이 된다는 뜻인가. 아무튼 그렇다. 그렇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번 향일암 여행을 마무리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