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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산책

혼자 본 영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 「추억의 마니」

 

 

 

 

 

 

 

 

 

 


추억의 마니 (2015)

When Marnie Was There 
8.4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타카츠키 사라, 아리무라 카스미, 마츠시마 나나코, 테라지마 스스무, 네기시 토시에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03 분 | 2015-03-19
글쓴이 평점  

 

 

 

 

마음을 치유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

 

내면에 상처를 품은 소녀.

신 곁에 존재해온 사랑을 깨달으며 아픔에서 벗어나는 성장기.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연인, 혼자 보기에 딱좋은 영화다.

하지만 남자끼리 혹은 액션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비추천.

 

 

 

 

조조영화로 혼자 봤다. 일반적인 의미의 혼자가 아니라, 진짜로 혼자 봤다. 상영관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애니메이션이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관객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 한 80명 가량 들어갈 수 있는 소규모 상영관이었지만 상영관 전체를 혼자 전세내다니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아, 영화 시작하고 안내 직원이 들어와 출입구 쪽에 앉아 있었으니 정확히는 둘이 봤구나.. 다행이다(?).

 

한 명의 주인도 없는 좌석 한가운데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보자니, 마치 일일드라마 속의 재벌 2세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근데 어둡고 넓은 공간에 혼자 있으려니 조금 무섭더라. 영화 보는 중간중간 입체 음향이 들릴 때마다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곤 했다.

 

3월 말까지 써야하는 무료 영화표. 그리고 한가한 오전 시간이 만나 성사된 상영관 전세였다. 아무 영화나 가장 빠른 걸로 보려 했는데 시간대가 맞는 것이 「추억의 마니」 였다. 아놔 왠 애니메이션.. 싶었지만, 감상평을 검색해보니 의외로 좋은 평이 많았다.

 

생갈치 일호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했던 지브리의 마지막 애니메이션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글도 보이길래, '그래 오락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느정도 깊이 있는 작품이겠지.' 싶어서 보기로 결정하고 영화관을 향했다.

 

남자 혼자 추억의 마니를 보러왔다 말하기 멋쩍어 웃었다. 마음이 쓰였는지 여직원이 상당히 친절했다. 매표를 하는데 여직원이 어느자리로 해드릴까냐고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기네. 상영관에 나 혼자 있었는데. 아무 자리나 주라고 말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했다. 이 쯤에 안내직원이 조용히 들어와 맨앞자리에 앉더라. 그런데 혹시 내가 매표를 안했다면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건가? 아니면 관객이 아무도 없더라도 영화는 스케쥴 따라 상영되는 건가? 궁금하다.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조앤G. 로빈슨' 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로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린다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는 책이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 대한 관심 부족, 내공 부족 탓인가보다.

 

버림 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안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탓에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안나. 의사의 권유로 여름방학 동안 시골에서의 요양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그것이 안나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환상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가 전개 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가서 그 환상들의 의미가 밝혀지고 현재의 안나와 연결되면서 안나에게 용기를,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참여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브리사(社) 특유의 파스텔화 느낌이 나는 아름다운 영상미는 그대로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배경음악. 현장과 동작의 디테일을 실사 수준으로 담아내는 섬세한 집요함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초반에는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건지 모르게 만드는 전개가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그리움이 담뿍 담긴 영상과 기분좋은 음악이 지루함을 덮는다. 안나와 마니의 관계가 드러나는 결말에서는 흐뭇함과 감동이 다가온다. 영화가 끝나며 OST가 흐르는데 끝까지 들으며 여운을 만끽하기를 권한다.

 

'안나'가 '마니'와 만나 보내는 환상 속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관객도 환상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나는 상영관에 홀로 앉아 봐서 그런지 그 정도가 더 컸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문을 걸어 나오는데 마치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