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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산책

액션!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by 스젯 2015. 4. 28.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6.2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글쓴이 평점  

 

 

 

액션영화에 스토리는 따지지 마라!

하지만 마블코믹스 팬이라면 감동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굿!

 

 

 

한달에 한번하는 영화관 나들이. 4월에는 「어벤져스2」를 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조조관람. 개봉 첫날 예매율이 90%를 넘었다는 소식에 살짝 긴장했지만 역시 평일 조조영화는 항상 평화롭다. 200석 넘는 상영관에 나 포함 10명이 안되는 사람이 관객의 전부였으니까.

 

제작 회사가 속한 국가인 미국보다 빠른 개봉. 제작사 말로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이 세계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늠케 한다고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법 다운로드 국가라는 것이 아마도 조기 개봉의 더 큰 이유 일지도 모른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영웅들이 모여 지구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스토리인 마블코믹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어벤져스2. 등장 영웅이 늘면 그만큼 볼거리도 늘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담아야 할 요소 역시 늘기에 자칫 초점없이 산만한 영화가 될 위험도 크다.

 

어벤져스2에 신규 등장하는 영웅과 블랙위도우, 호크아이를 제외하고는 각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존재할 만큼 영웅 한명 한명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 모두가 주연급인 셈인데, 마치 「오션스 일레븐」의 출연진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네티즌의 영화 감상평을 보자니, 어벤져스2는 영웅 한명을 주인공으로 다뤘던 영화보다 깊은 인상을 주는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나 많은 영웅들의 활약을 141분 내에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따른 듯하다.

 

하지만 원작인 마블코믹스의 팬이었던 이들이라면, 어벤져스2의 한장면 한장면이 신기하고 신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영웅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와 특성, 영웅간의 관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에서라면 고퀄리티로 실사화된 이 영화는 엄청난 선물임에 틀림없다.

 

오랜 시절 팬이었던 이와 그냥 누군가의 초대로 오게 된 이가 콘서트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그 크기와 질이 확연하게 다르다. 경험해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재미와 흥분이란 게 따로 있는 것이다. 어벤져스2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보인다. 유년기부터 마블코믹스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 북미 지역에서 개봉된다면 네티즌 평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리라 예상해 본다.

 

나는 액션영화를 볼 때 스토리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권선징악 정도의 이야기 수준이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화끈한 타격감과 얼마나 새끈한(?) 동작을 보여주느냐에 더 중점을 둔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었고, 관람 후에도 어느정도 만족스러웠다.

 

어벤져스2 에서는 특히 약 5분여간 전개되는 헐크와 '베로니카'로 업그레이드 된 아이언맨의 전투가 압권이다. 정신을 지배당해 도심에서 날뛰는 헐크와 이를 저지하려 하는 아이언맨이 전투를 벌인다. 부족한 하드웨어 스펙을 메꾸기 위한 대(對) 헐크용 병기 베로니카를 장착한 아이언맨이 헐크와 치고 받는데, 신급인 헐크와 용호상박을 이루는 아이언맨의 메카닉 기술이 흥미롭다.

 

그리고 간간히 터지는 유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대화에서 미묘한 신경전이나 긴박한 상황에서 역발상적인 대사, 우스꽝스러운 동작같은 것들. 영화 말미에 호크아이가 자신을 놀리고 가는 퀵 실버의 등뒤에 활을 겨누며 '죽여버릴까. 죽여도 아무로 모를텐데.'하는 투로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대하는 한국 관객의 기대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두가지는 '서울' 과 '수현'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의 한국 촬영, 그리고 한국인 출신 배우 수현의 출연이 겹쳐 한국인의 자부심을 자극해 그것이 기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 때문에 영화에 대한 실망을 한 관객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후진 동네 처럼 묘사되었다. 서울시의 지원에 비해 서울에 대한 홍보 효과는 미미했다. 소코비아가 서울보다 비중이 더 높게 나왔다.'는 의견이 많이 보인다. 

 

서울 장면의 중간에 나오는 구형 브라운관 TV가 서울을 쇠락한 도시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리고 한국 배우 수현의 짧은 분량도 말이 많다. 그렇게 홍보를 해놓고 고작 10여분 등장이라니 과대 홍보 아니냐는 주장이다.

 

뭐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수현에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면 너무 짧은 장면에 실망할 법하다. 그리고 서울 묘사에 나오는 구형 TV 장면을 보면서 나도 그 장면이 서양 영화에서 중국 뒷골목을 묘사하는 경우 간혹 보이는 장면과 흡사한 모습으로 연출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관광홍보물도 아니고 수현이 주인공인 영화도 아니다. 한국이 등장했으니 그 무엇보다 한국이 우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실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건 욕심이다. 지나친 애국심이라고 해야되나. 의도적으로 비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것이 아니라면, 자국에 대한 제 3자의 표현에 대한 과도한 감정이입은 좋지 않다.

 

서울은 그저 영화 내에 소재로 사용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소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제작자 마음이다. 어벤져스는 액션영화다. 한국이 영화에서 엄청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액션을 본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우려도 적다.

 

어벤져스는 북미, 유럽에서 인기 높은 영화다.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 조차 모르는 유럽인들이 즐길 영화에 서울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잘 생각해보면, 어벤져스에 한국인 배우가 한국인 박사 역으로 등장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고, 서울시의 모습이 직접 묘사된 것 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홍보효과는 상당하지 않을까. 아, 그리고 뉴욕과 서울을 제외한 배경 도시인 '소코비아'는 실제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도시다.

 

끌으로, 어벤져스2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 스칼렛 요한슨이다. 아이언맨 2에서 페퍼의 비서로 등장할 때 스칼렛요한슨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어쩜 그리 완벽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재현했는지. 지적인 표정과 몸짓에 완벽한 옷맵시까지. 뭐랄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블랙위도우로 등장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에는 성적 매력 보다는 잘 깎여진 예술 작품을 볼 때 느껴지는 황홀함이 있다.

 

  

블랙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 (출처 : 어벤져스2 홈페이지)

 

 

어벤져스2에서도 역시 그녀의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감옥에 갇힌 시간이 좀 되고, 정신공격에 허우적대는 시간이 있어서 좀 아쉽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동작 하나 하나가 어쩜 그리 이쁜지. 크크. 나만 그런가? 블랙위도우에 얽힌 사연도 다른 영웅 못지 않으니 블랙위도우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을 제작해도 나쁘지 않을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