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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거리

조선일보를 보다보면..

 

 

오늘도 재미있는 조선일보

 

 

 

 

 

 

오늘도 재밌는 글을 발견했다. 이한우라는 문화부장이 쓴 '사자성어 남발하는 새정치 민주연합' 이라는 오피니언 기사다.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요즘 새정연이 사자성어를 자주 쓴다. 진보가 사자성어를 쓰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진보의 지적 자산이 고갈된것 같다. 콘텐츠를 혁신할 생각이나 해라.

아 그리고 천정배가 중도가 아닌 중용을 택하겠다는 말을했는데, 둘은 같은 말이다. 아마 잘못 이해하고 쓴 말인것 같다.

사안에 적중(中)해 지속(庸)해야하는 도리가 중도다. 새정연은 중도를 찾아라.

 [전문 보기]

 

칼럼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반대 입장을 취하는 진영을 까는 글이다. 뭐 자기와 다른 진영을 까는 글을 쓰는거야 언론사의 태생적인 특성이고, 언급한 글의 핵심 논지가 틀린 것은 아니다. 선거에 이길 전략만 짜지말고 당의 근본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라는 좋은 말이니까. 하지만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잘못된 논지를 사용하거나, 사람의 의도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그 두가지 오류를 동시에 범하고 있다.

 

먼저, 진보진영이 자기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전통사상인 사자성어를 쓰고 있다는 주장.

 

저자의 말은 즉, 사자성어는 전통사상인데 진보를 표방하는 집단이 전통사상에서 비롯한 사자성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들 처럼 보수나 수구 집단만이 고전의 지혜를 차용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생각해보자, 현 시대의 보수가 과연 고전이 성립될 당시의 관점으로 봐도 보수일까? 과거의 시선으로 보자면 진보나 보수나 할 것 없이 다 진보다. 

 

그리고 사자성어는 세상을 통찰하는 지혜가 함축된 금언이다. 이를 단순히 전통사상이라는 범주에 구겨넣으려는 저자의 의도도  억지스러워 보인다. 고전의 지혜는 진보, 보수 어느 한 진영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배워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다. 저자도 아마 그 사실을 알고는 있을 것이다. 다만 뭔가 글을 써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다보니 요상스런 주장이 포함된 글이 나온 것 같다. 재미있다.

 

다음으로, 중도와 중용의 구분에 관한 것이다.

 

천정배가 중도가 아닌 중용을 택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저자는 둘은 같은 말인데 굳이 그걸 구분하려 들다니.. 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천정배를 디스했다. 하지만 천정배가 일자무식 무지렁이도 아니고 변호사까지 하던 양반인데 과언 중도와 중용의 차이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을까? 저자는 천정배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를 고민해보지도 않고 그저 자기 지식과 시선 내에서 현학적인 표현을 했다.

 

현학적이지 않고 대중적인 국어사전을 보자. 중도는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 길. 중용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라고 나와있다.

 

이에 근거해서 천정배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진보, 보수같은 이념적 대립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중도적 입장을 취할 것이아니라, 이념을 초월하여 부족하거나 넘침없는 정당한 중용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으로 중도와 중용을 구분하여 사용한 것이다. 이는 천정배가 한 말만 봐도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온건한 진보를 지향하면서도 합리적인 보수를 두루 아우르고 좌든 우든 양극단, 근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중도보다는 중용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지만 저자는 천정배가 한 말의 문맥을 살피거나, 그가 가진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중도와 중용의 해석에만 꽂혀 그를 디스했다. 아마, 진보가 어울리지 않게 전통사상을 차용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고 결론 부분에 사용한 '적중'이란 단어를 끌어내기 위해서 때맞춰 눈에 띈 천정배를 대뜸 글 속에 끼워넣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천정배가 한 말과 전혀 관계도 없이 대학자같은 현학적 발언이 나왔고 이게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케 했다.

 

조선일보도 옳은 말 바른 말을 한다. 흔히 조중동이라고 싸잡아서 사이비 언론이라 비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뭐..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도 아니다. 하지만 발행되는 글에 대해서는 최소한 중도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때 웃기지는 않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언론사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튼. 앞으로는 또 어떤 재미있는 글들이 올라올지 정말 기대된다.

조선일보 문화부장 이한우. 눈여겨 봐야할 인물에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