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광 가라사대,
성공하고 싶은가?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책을 써라. 그 방법은 나한테 배우고.
서른 여덟, 자서전을 내기에는 이른 나이다. 하지만 저자는 대담하게 중간 자서전의 형식의 책을 썼다. 자서전은 성취를 이룬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쓰거나, 사람들에게 팔릴만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가진 인생을 살아온 이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쓴다. 또는 그 외의 숭고한 이유들도 있을 것이다.
언급한 이유 중에서 찾자면 이 책 「서른 여덟 작가, 코치, 강연가로 50억 자산가가 되다.」는 돈벌이를 위해 쓰여진 책이다. 38세에 50억? 제목만 봐도 ‘혹’ 한다. 현시대에 최고의 가치는 누가 뭐래도 돈이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야 얼마든 있지만, 사람들은 돈을 최고로 친다. 이런 세태를 명확하게 통찰한 제목이다.
하긴 따지고 보면 돈벌이를 위한 일이 아닌게 어디있나. 사과장수는 돈을 벌기위해 사과를 팔고,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희망을 판다. 중요한 건 돈을 주고 그것을 사먹은 사람들이 그만큼의 이익을 얻느냐, 그렇지 않느냐 아니면 오히려 탈이 나느냐 하는 것이다.
근래 이와 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이 책의 차별점은 ‘작가’라는 직업을 콘셉트로 잡았다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50억’ 으로는 유혹당하지 않았다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보고 책을 집어들었을 것이다. 경매, 주식 등으로 젊은 나이 부자가 된 스토리야 널렸지만, 작가로 부자가 되다니? 개나 소나 작가가 될 수 있담? 이런 의심 혹은 걱정에서 유도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제목이다.
책에 담긴 영양 함량은 다른 자기계발서와 비슷하다. 인생 역경, 성공스토리,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일에 대한 홍보, 자신이 이룬 경제적 성취, 핵심 사상으로 구성되어있다. 페이지 수는 많지만 핵심이 되는 내용은 A4 한장에 정리된다. 동기 부여를 위해 사례와 겉말이 덧붙어 양은 늘어났지만, 대개는 정제되지 않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김태광의 책은 서술에 있어서 논리나 함축을 중요시 하지 않는 부류의 자기계발서다. 대개 동기부여서적들이 그렇다. ‘우주가 나를 돕는다. 나는 할 수 있다!’하게 만드는 책들은 저자가 책에 담은 확신과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말해 핵심은 감정을 담아내는 문체이기 때문에 글을 정제하는 노력은 등한시된다. 하지만 이렇게 쓰여진 책은 정교함이 부족하다.
무슨 정교함?
책을 쓰는 작업 형태는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사상을 서두에서 종결까지 벽돌을 쌓듯 쌓아올려 유기적인 연계를 이루고 불필요한 중복과 곁가지를 제거해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듯 심혈을 기울여 쓰는 방법이 그 하나다.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의 저작이 그런 류다. 반대로 주제를 정하고 목차와 소제목으로 세분화 한 후 소제목에 집중해 원고를 작성한다. '한 꼭지를 쓴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원고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는 방법이 그 두 번째다. 자기계발서는 거의 이 모습이다.
김태광의 이 책 역시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글만 모이면 책이 되기 때문에 다작에 유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꼼꼼한 퇴고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정교함의 부족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 책 역시 표현의 반복이 많고 심지어는 챕터를 넘나들며 같은 문장의 반복도 많이 보인다. 신기하게도 김태광은 여태 이런식으로 만든 책을 무려 200권이나 출간했고, 그중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들도 있다.
아마 김태광이 낸 책들은 50년 뒤에는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의 책들은 A4 한 장 분량의 요령을 풀고 풀어서 써낸 것이다. 전략적으로 흥행을 노리고 기획, 제작된 인스턴트적인 책들이다. 작가의 진수가 담겨있는 책은 시대와 문명에 흔적을 남기고 고전으로 남아 시공을 초월해 생명력을 부여 받지만, 흥행위주의 자기계발서들은 그렇지 못하다.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 복제되고 보완되면서 대체될 뿐이다.
하지만 고전이 되지 못할 책들이라 하여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읽은 이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열정을 주고, 그 열정이 삶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면 말이다. 50년 뒤에는 기억하는 이가 없을 가치의 책이 있다. 하지만 그 책이 지금 읽는 이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당사자에게 있어서 그 책은 칸트의 저서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읽어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꿈과 열정이 불타올랐다면, 그 다음은 뼈를 깎는 치열한 노력이 뒤따라야한다. 책을 읽은 후 노력 없이 단지 꿈에 취하기만 한다면 이상은 높아지고, 그 높아지는 이상만큼 변하지 않는 현실은 더욱 추하게 느껴지게 되며, 이는 종국에 삶의 비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자기계발서는 오히려 독이다.
마키아벨리적 면모
아마 김태광의 의도는 어쨌든 읽히는 책을 쓰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태광은 팔릴만한 책을 만드는 달인이다. 흥미를 끄는 제목과 목차를 짜는데 뛰어난 실력이 있다. 팔릴만한 책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출판사 기획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복잡하지 않은 사상과 단순하게 드러나 있는 핵심이 읽는 이의 몰입을 가중시킨다.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겼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어려운 책보다 먹기 좋게 찢어져 양념까지 되어있는 책을 쓴다. 난이도를 낮춰 정신적 장벽을 걷어낸 글로 저자의 사고에 독자를 공명시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김태광은 성공하는 방법을 이렇게 정리해두었다.
1.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쓴다.
2. 네이버카페를 만든다.
3. 파워블로거가되어 블로그 마케팅을 한다.
4. 이미지 메이킹을 통하여 성공자의 모습으로 포장한다.
5. 책 제목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6.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1일, 4주, 6주 등의 과정을 만든다.
7. 나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칭하고 컨설팅한다.
8. 사람들에게 판매할 상품을 만든다.
9. 책을 계속 써서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키운다.
10. 1-9를 반복한다.
- p.396
굉장히 심플하고, 적나라한 노하우다. 우리는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김태광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때 도덕, 윤리보다 성공 그 자체의 매커니즘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그가 제시한 목록을 보고 있자면 마키아벨리가 연상된다.
마키아벨리는 도덕, 윤리를 떠나 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통찰한 철학자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에만 집중 했다. 때문에 그의 정치 이론에는 신의, 덕 같은 인간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략, 간계로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추악한 권모술수로 보인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눈에는 그것이 현실 정치의 본질이었다. 권력자에게 있어서 정치는 결국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한 것. 마키아벨리는 그 길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길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는 책을 쓴다 하면, 극기를 통해 어느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 숭고한 신념과 깊이 있는 사상을 담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태광의 눈에 그것은 쓰잘대기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그런 책은 쓰기 힘들다. 설사 써봤자 뭐하는가.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그저 폐지인 것을. 김태광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을 사랑하건 현혹하건 나의 추종자로 만들어 그들로부터 돈을 끄집어 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고하고 고상한 글로는 안된다. 대중을 유혹해 사로잡을 수 있는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야한다.
글쓰기의 목적은 결국 부자가 되는 것. 마키아벨리가 권력자에게 있어서 정치의 본질을 정의하듯 김태광은 작가에게 있어서 글쓰기의 본질을 그렇게 정의했다. 김태광의 책들은 이런 사상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느낌이 썩 좋지 않다. 마약을 파는 것 아닌가. 책을 쓸 정도의 지식인이라면 시간을 투자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써야할 텐데. 한번 읽고 버려지는 인스턴트적인 책들을 쏟아내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저서가 박사학위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인스턴트적으로 쓰인 책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가? 허울을 키울 뿐이고 결국 저서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 자체를 하락시킬 수 있다. 쉽게 책을 출판하고 팔릴만한 책으로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점령해 버린다면, 보다 깊은 가치를 담은 책들과 작가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당사자는 돈을 버는 것으로 만족하겠지만 그게 궁극적으로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인가?”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현실에서 적용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지만 도덕적으로는 매우 거북하게 들린다. 정치라는 것에 담겨야 하는 것은 실용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김태광처럼 자기계발서를 ‘찍어내는’ 작가들은 위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주의 면모
그리고 한가지 껄끄러운 점이 있다. 그에게서 ‘교주’의 모습이 보이려한다는 것이다. 그의 핵심 사상에는 「시크릿」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우주가 돕는다. 끌어당김. 간절함. 우주에서 온다. 이미 이룬 것처럼 생각하라.” 등등.
‘시크릿’의 사상은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무조건적인 믿음을 말한다. 의심하지 않고 성공을 확신하면 우주가 돕는다는 비논리적인 믿음을 강조한다. 굉장히 쉬운 길이다. 삶을 논리적으로 고민하다가 회의주의에 빠지는 일을 방지한다. 여기에는 분명 세뇌와 자신의 모습이 아닌 삶을 살 위험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종교적인 믿음은 인생에 모멘텀을 부여한다. 한가지 방향으로 흐르는 강력한 흐름을 가지는 삶을 손쉽게 가능케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시크릿 사상이 가진 힘이다.
김태광은 바로 이런 사상을 채용하여 독자를 강하게 고무시킨다. 시크릿에서는 단지 확신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명확한 방법은 빠져있기에 구체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김태광은 성공의 방법으로 책쓰기를 제시한다. 그리고 의심없이 확신하고 믿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을 믿으면 되는가? 김태광을 믿으면 된다!’ 이런식으로 일종의 신앙 형태가 완성된다.
심지어 김태광은 이렇게 썼다.
“나와 단 5분만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들은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10분간 이야기하게 되면 과거와 이별하고 미래와 만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p.371
15분 이야기하면 눈먼 자가 앞을 보고 20분 이야기하면 저는 자가 사슴같이 뛸 것이라고 말하게 생겼다.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확신을 불어넣어 믿고 따르게 하는 것은 리더로서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지만 그것이 신비주의적 경험이나 세뇌에 기반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생각하고 이성적, 논리적으로 세상을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립한 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야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타인이 보여주는 희망과 꿈에 빠져든다면 그 순간은 행복하겠지만 깨어났을 때의 모습은 비참할 수 있다. 리더에게는 자신의 추종자들이 그런 고통을 경험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점에서 과연 김태광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조심스러워진다.
좋은 영향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결과를 보면 또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김태광이 자신의 출판 노하우로 길러낸 회원 중에는 삶에 변화를 가져온 이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 중에는 이미 성공한 위치에서 출판 노하우만 익힌 사람도 있고 맨땅에서 작가로 출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현재까지 회원들의 실제 출판을 가능케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금 내가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의 글과 삶은 분명 내게 강한 자극을 주었다. 생각을 자극하는 충분한 힘을 가졌다. 앞서 말했듯 읽고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책보다 더 가치있는 영향을 받은 셈이다. '꿈을 확신하고 믿어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그가 이룬 삶의 모습으로 증명되는 이 말은 비판적 입장의 독자라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울림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가 인생을 대하는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다. 확고한 꿈을 확립하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큰 자극이 된다. 38세에 200권의 책을 출판하고,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새로운 발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의 삶을 모방하고자하는 추종자들이있다. 추종자들은 김태광을 ‘대장님’이라고 부른다. 김태광은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고 돈을 버는 사람을 ‘메신저’라 명명했다. 그에 더해 그는 열정과 자극을 전달하는 ‘메신저’임에 분명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이고 모방의 가치가 있는 삶이다. 앞으로 그의 인생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의 행보가 세상에 무엇을 남기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사진출처 인터넷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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