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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거리

[돈은 이렇게 벌자 001] 착한 혁신. 엑시(Exiii) - 로봇 인공팔 제작 회사.

 

 

 

착한 혁신 '엑시'(exiii)

 

 

 

 

 

exiii

#이미지 exiii.jp

 

 

처음으로 소개할 기업은 일본의 로봇 인공팔 제작회사 [ 엑시 ]다. 인공팔은 사고로 인해 팔 절단 장애를 갖게 된 이들에게 인공적인 팔과 손을 제공하여 평범한 일상 활동을 가능케 돕는 보조 도구다. 일종의 의수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달고 나온 것도 의수인데, 로봇 인공팔은 그것과는 달리 관절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뇌파나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제어한다.

 

로봇 인공팔은 이미 상용화가 되어있다. 하지만 필요한 이들이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 공급되는 로봇 인공팔은 독일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그 가격이 15,000달러에서 40,000달러에 이른다. 한국돈으로 최소 1,500만원 이상인 셈이다.

 

차 한 대 값이다. 이러니 서민층의 장애인은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팔 절단 사고는 대개 위험에 노출된 작업 현장이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겪게 되는 아픔이다. 다시말해 인공팔이 필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혜택에서 소외 되어 있는 것이다.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돈이 없어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할 때 느끼는 좌절감. 그 고통에 주목한 이가 있었으니, '겐타 곤토'. [ 엑시 ]의 설립자다. 엑시는 '핸디'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가격은 300달러 선. 기존 제품에 비교하자면 정말 '단 돈'이라고 할만한 가격이다.

 

 

겐타 곤코 exiii

▲ 겐타 곤토(가운데)와 동료

#사진 출처 3dprint.com

 

 

그는 도쿄대학교 출신으로 대학원 졸업 후 소니에서 인공팔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용과 시장성 문제로 (쉽게말해 돈이 안되니까) 사업이 엎어졌고, 취미 활동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이 후 국제 발명 대회에 출품하여 수상을 했으며, 제품 보급에 대한 장애인들의 지속적인 요청이 이어지자 2014년 [ 엑시 ]를 설립하게 된다.

 

 

 

 

 

 

 

엑시가 착한 이유

 

1. 저렴한 가격

- 원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엑시의 핵심 기술은 3D프린팅이다. 기존 제품은 금형으로 외형을 제작했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매우 비쌌고 이게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엑시의 '핸디'는 3D프린팅을 통해 플라스틱으로 시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디자인의 조정까지 자유로워졌다. 또한 제품에 내장되던 CPU의 역할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게 만들어 그만큼 비용절감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원하는 이들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격을 실현해냈다.  

 

2. 아름다운 디자인

- 이용자의 아픔을 보듬는다.

인공팔 사용자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비싼 가격 외에도 한가지가 더 있다. 인공팔의 외형이 투박하여 외부 활동을 할 때 주변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혐오하는 개인주의가 강한 일본이니 그 염려가 더 컸을 것이다. 이에 겐타 곤토는 인공팔의 외형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더했다. 또한 제품의 모듈 교체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신발, 모자, 안경 등을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골라 사용하듯이 인공팔의 디자인을 이용자가 용도에 맞게 변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3. 소스 공개

- 인공팔 저변 확대를 통한 보급 활성화.

소스 공개라는 것이 꼭 유사품 제작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므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개발자는 자신이 고심해 만들어낸 정신적 창작물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성과물을 아무 노력없이 취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허나 [ 엑시 ]는 설계, 디자인, 프로그래밍 코드까지 모든 소스를 공개했다.

 

이유는, 더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참여 유도를 위해서이다. 많은 이들이 개발에 참여할수록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제품의 공급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인공팔 보급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결국 필요한 이들이 더 쉽게 제품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질 것이다. 게다가 로봇 인공팔 시장의 크기 자체가 커짐으로 회사의 수익 증대를 노릴 수도 있다. 일종의 공생 경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똑똑하고 착한 전략이다.

 

 

엑시가 던지는 메세지

 

물론, 저렴하게 제작된 엑시의 '핸디'는 기존의 고가 제품에 비해 성능은 다소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구동되는 동영상을 봐도 기능적인 면은 독일 제품에 비해서 다소 부족해 보인다. 독일 제품은 비싼 가격 만큼  더 좋은 재료와, 더 많은 관절과 더 많은 모터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핸디'보다는 튼튼하고 더 섬세한 동작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겐타 곤토는 이렇게 말한다. 

 

“300달러도 누군가에게는 비쌀 수 있습니다. 도면을 공개해서 3D프린터로 누구나 인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엑시가 제시하고 있는 전략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요약해보면 이런거다. 로봇 인공팔은 원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필요한 이가 부담없이 쉽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팔 개발은 필요한 이들이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예술 작품 감상하듯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그 생각이 현실화 된것이, 싸고, 아름답고, 누구나 제작할 수 있도록 공개된 엑시의 '핸디'인 것이다. [ 엑시 ]는 돈을 벌기 위해 이용자의 아픔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 아픔 그 자체에 집중하던 중 더 큰 역할을 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기업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엑시가 가진 매력이고, 착한 기업이 어떤 것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던지는 메세지인 것이다.  

 

엑시의 도전과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