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무 이유 없이 저 사람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명쯤은 있을 텐데 내게는 임창정이 그렇다. 그가 데뷔하고 연예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의 연기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삶의 한부분을 함께 했던 추억이 정으로 남았나보다.
▲ 창정이 형님. 마.. 많이 늙으셨군요.
그런 그가 오랜만에 주연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니 망설임없이, 사전조사없이 「치외법권」 티켓을 구매했다. 사전에 들은 정보는 임창정과 최다니엘이 형사로 출연하고, 예전과는 달리 격투장면에서 맞는 것보다 때리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임창정과 최다니엘은 영화 「공모자들」 에서 함께 연기한 경험이 있는데, 제작진은 두사람의 호흡에서 뭔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일까? 시나리오를 먼저 받은 것은 임창정이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최다니엘에게서 전화가 왔고 통화 후 둘 모두 출연을 결심한 것 같다고 한다. [원문 출처]
“자기가 엘지트윈스 팬이거나 오늘 저녁에 류현진 경기를 꼭 봐야한다. 하는 사람 있으면 열외. 없으면 시~작” 임창정의 첫 등장. 친절한 안내멘트를 던지고 다짜고짜 격투신이 시작된다. 영화 전반에 걸친 전개 스타일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여기서 조한선이 깡패 두목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많이 보던 얼굴인데 누구더라 했더니 오랜만에 출연한 조한선이었다. 9월 중에 조한선 주연의 영화가 개봉하는데, 개봉전 타이밍을 맞춘 출연인가 싶다. 정말 그렇다면 상당히 치밀한 작전인데...
▲ 임창정(이정진 역)과 17대 1로 싸우는 깡패 두목 조한선. 단역이다.
형사 영화에서는 당연히 악의 축이 등장하는데 「치외법권」 에서 악의 축은 극락교 교주인 강성기다. 그가 운영하는 극락교는 사회기부와 봉사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도를 세뇌시켜 재산을 갈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부도덕한 사이비 종교 단체.
현실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혹은 존재하는) 종교단체가 모티브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극락교는 치밀한 로비로 권력 실세층과 유착되어 법집행기관에서는 교주 강성기의 비리에 대한 심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법절차는 커녕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 때 이경영(왕팀장 역)의 제안으로 특별한 수사팀이 만들어진다. 경찰 조직 내에서 ‘또라이’로 알려진 두명의 형사 이정진(임창정 분)과 조유민(최다니엘 분). 이들에게 적법 절차에 구애 받지 않고 피의자를 수사할 권한이 비공식적으로 부여된다.
▲ "증거를 조작하건, 함정수사를 하건 상관없어. 증거하고 강성기를 잡아와."
죄인이 확실한 것을 알고 있지만 적법한 절차로는 처벌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일종의 '치외법권'이 부여된 것이다. 다소의 정의감 그리고 일계급 특진이라는 떡밥을 덥썩 문 두 ‘또라이’ 형사는 강성기의 소재 파악을 시작으로 정의의 심판을 나선다.
형사를 소재로한 영화의 스토리 전개 방식에는 크게,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악의 실체를 밝혀내는 형태와 이미 적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적과 싸워 이겨내는 형태가 있다. 「치외법권」 은 후자다.
대개 히어로물이나 액션처럼 오락성이 강한 영화들이 그와 같은 형태을 취하는데, 치외법권 역시 추리나 서스펜스 보다는 액션과 오락 영화의 모습을 택했다.
영화의 제목 「치외법권」 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치외법권을 행사하는 나쁜놈과 그 나쁜놈을 잡기 위해 치외법권을 부여받은 사람들. 초법적 권리를 누리는 범법자와 그를 처벌하기 위해서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 '또라이'를 대비시킨 셈이다.
대리만족을 주고,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해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구성이다. 간혹 뉴스를 보면 '그냥 쳐죽여야 될 놈'들이 종종 보이는데, 대개 그런 '놈'들은 잘먹고 잘산다. 극중 임창정의 대사처럼 “잡아넣어도 자꾸나와. 웃으면서.“
적절한 사회적 메세지와 응원하는 배우가 출연했지만 부족함을 눈감아 주기 힘든 면이 있는 영화다. 코믹영화라는 면죄부를 바랐던 것일까. 개연성과 현실성이 부족한 장면이 중반 이후 부터 결말까지 수시로 보였고 이게 몰입을 방해했다.
오랜 공백기 끝에 출연한 임은경이 맡은 역할도 스토리 진행과 유기적으로 조합되지 못했다. 내용 전개상 중요한 역할이고, 극락교의 폐해를 조명하는 돋보기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인물로 보이는데, 오히려 산만함만 더해진 느낌이다.
▲ 인형같은 외모와 신비한 분위기로 신인시절 초기대를 받았던 임은경.
유독 작품운이 없었다. 이번에도?..
터프한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임창정의 목소리도 감점에 한 몫했다. 임창정은 타고나기를 미성으로 타고 났다. 소리를 크게 지를 수록 그 느낌이 더 심해지는데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는 장면에서 맑고 고운 소리가.. 나오니, 부조화가 좀.. 있었다.
강성기 역 장광의 연기도 몰입을 방해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뭔가 석연치 않은 감정처리, 냉정하고 표독스러운 악역도 아니고 능글맞은 구렁이 같은 악역도 아니고.. 뭐랄까 느끼한 변태 아저씨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팍 와닿지 않았다.
구성, 주연, 조연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맞아 돌아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네티즌 평점을 보면.. 점수가 그리 높지 않은데, 구성면에서 부족한 점이 아마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보고 나서 '뭐야 이게.' 하게 만드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데.. 하필 창정이 형이 나온 영화가..
임창정과 최다니엘의 파트너 연기에는 매력이 있었고, 적절히 배치된 웃음 포인트도 있고, 애드립으로 보이는 대사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며 잘 웃지 않는 편인 나도 영화를 보는 도중 서너번 정도 '풋' 했으니, 코믹액션영화로써 갖춰야 할 요소를 다 놓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느낀 솔직한 감정은 '뭐야 이게.' 였다. 창정이 형을 생각하면 추천을 해야 겠는데.. 절친에게라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정도로 말해줄 수 있겠지만, 나중에 원망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감히 권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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