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_전북 김제 만경읍 대동1길 49-5
영업시간_평일 12:00~18:00, 주말 11:00~18:00 (화요일 휴무)
주차_5면 가량 가능
좌석수_15석 가량
분위기_아늑, 조용
“와, 이런 곳에 카페가 ?”
싶은 생각이 드는 장소에서 영업하는 카페들이 있다.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도 그 중 하나. 인스타가 없었다면 과연 영업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이색 카페. 출입구 부터 심상치 않다. 전문가의 솜씨가 아닌 것이 분명한 나무 위의 집. 밟고 올라가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겨울에 방문했기에 아직 눈이 남아 있고 나무가 앙상하지만,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이면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 될 것이다.
2월 어느날,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 이었다. 정문의 트리하우스를 지나면 카페 본관이 보인다. 카페 전체에 숙련되지 않은 개인이 작업한 흔적들이 역력한데 이게 나름 정감 있다.
이게 다 뭐지? 싶은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있다. 하지만 쌓여있는 모양이 난잡하지 않다. 뭔가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통로를 걸어 들어오면 카페의 입구가 보인다. 카페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돌 바닥이 편안함을 주었고, 조용하고 점잖은 주인장이 인사를 건네왔다.
이 곳은 본래 주인장의 가족이 살던 집을 카페로 만든 곳이다. 그렇기에 카페 내부에는 가족들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카페를 운영하며 일부러 가져다 놓은 소품도 있지만, 실제 사용했던 책상, 책, 컴퓨터 본체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있다보면 카페에 온 것이 아니라 친척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한옥 집을 보자면 공간이 광활히 뚫려 있지 않고 집과 집, 처마와 처마, 담장과 담장이 겹쳐지는 풍경이 만들어지며 색다름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공간이 레이어드되며 발생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도 그런 느낌이 있다. 수많은 소품들이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연결하고 있다. 소품 사이로 반대편 공간이 보이기도, 가려지기도 한다.
레이어드 된 공간이 내게는 마치 동굴 같은 아늑함을 주었다. 어릴 적 식탁을 이불로 덮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놀며 느꼈던 아늑함, 안전감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 굉장히 긴장이 풀리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사람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만들어 줬다.
우리 일행은 다락방에 자리를 잡고 식사와 차를 주문했다. 무슨 노래가 나왔더라? 아니 노래 없이 고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음식과 차 모두 먹을만 했다. 아랫층 주방에 있던 남자 주인장이 어딘가 나가고 여자 주인장이 오셨나보다. 손님과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다락방을 따님? 여동생? 께서 사용하셨던 듯.
남자 주인장이 계실 때는 고요하고 아늑하고 신비로운 공간 이었는데, 여자 주인장이 큰 목소리로 손님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공간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신비로움은 사라져 버리고, 투박한 가정집 혹은 장사집이 되어버렸다. 편안했던 기분이 깨져버리자 더 이상 이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일행과 바깥으로 나와 카페 내 외부를 둘러본다. 날씨가 좋은 날, 외부에도 자리를 잡을 만한 공간들이 보인다. 요새 이런 인테리어가 유행인가 싶다. 풍경을 액자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벽. 저 벽이 없다면 단순한 시골 풍경이었겠지만, 이렇게 보니 더 운치가 있긴 하다.
후문을 지키고 있는 이 의자가 인상적이었다. 뭔가 완전 개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어막고 있는 것도 아닌, 시골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고양이 두마린가 세마리가 출입구를 지키고 앉아있다. 사람이 와도 비키지 않는다. 고양이를 밟지 않게 조심해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카페를 나와 산책을 하다 보니 눈 쌓인 모습이 정겨웠다. 기억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은 완연한 봄. 지나가 버린 한달전의 겨울을 추억하자니 아쉬움과 봄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한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때면 서글퍼 지곤 한다. 다가올 봄의 화려함이 설레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추억이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카페에서 50m 근처에 탄허 스님 생가가 있다. 예언으로 유명한 스님이라 던데, 구경 삼아 들러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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