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산책

「파이브가이즈 서울역」 맛있다. 비싸지만.

 

 

 

 

 

 

서울역에 있는 파이브가이즈를 방문했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하기에 맛있다고 알려진 곳은 일부러 찾아가 먹어보곤한다. 하지만 버거는 그 자체로 낼 수 있는 맛의 한계가 있기에 이렇다 할 혁명적인 맛의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음식을 만드는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솔직히, 햄버거의 맛에 차이를 주는 것은 '가격'이다. 

 

비싼 가격의 수제버거는 좋은 재료를 푸짐하게 쓰기 때문에 공장형 버거와는 다른 맛, 깊이가 있다. 여태 먹어본 바로는 비싼 버거가 대체로 맛있었다. 그 점에서 파이브가이즈의 버거는 무슨 느낌일지 기대됐다. 파이브가이즈는 무지막지하게 비싸기 때문이다. 

 

 

<파이브가이즈 메뉴판. 출처:나무위키>

 

 

주문하는 법은 간단하다. 서브웨이보다는.

1. 버거는 4종류, 마음에 드는 버거를 고르면 된다. 기본은 패티2장, 리틀은 패티1장이다. (패티1장 값이 3,500원)

2. 토핑을 고를 수 있다. 뭔지 헷갈리면 '올더웨이'로. 추가 토핑을 넣고 싶으면 요청할 수 있다. 

3. 프라이는 리틀로 해도 남는다. 2인 기준.

4. 음료는 무한리필 가능.

5. 쉐이크 먹을지 물어보는데 굳이 안먹어도 된다. 별다른 맛 없음. 나는 너무 비싸서 시키지 않았다. 

파이브가이즈에 와서 핫도그나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도 있을지? 다음에 한번 먹어봐야겠다. 무슨 맛인지. 

 

 

<치즈버거+리틀햄버거+리틀프라이+음료1잔 이 35,600원이다.>

 

 

테이크아웃이건 매장식사건 파이브가이즈는 무조건 종이봉투에 담아 준다. 트레이가 따로 없다. 테이블이 앉아 종이봉투를 찢어 펼쳐놓고 그 위에서 음식을 먹고 다시 싹 구겨서 버리는 스타일이다. 독특하게 햄버거를 은박지에 싸서 준다. 패티와 토핑의 열기와 수분이 빵에 충분히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 그렇다한다. 살짝 눅눅해진 빵의 촉촉한 식감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라는데 나는 좋았다. 

 

버거는 상당히 큰편이고 패티도 두껍다. 기본 버거는 패티가 2장이니 한입 베어 물어보면  고기의 향과 맛이 입안에 가득찬다. 눅눅한 빵과 토핑, 패티가 아주 잘 어우러졌다. 쓰다보니 또 먹고 싶다. 나는 토핑에 할라피뇨를 추가 했는데, 이 때문에 살짝 서브웨이의 느낌이 났다. 느끼함을 잡아줘서 나쁘지 않았지만, 할라피뇨의 향이 패티의 맛을 가리니 참고하시길. 

 

 

 

 

수제버거집의 실력이 드러나는 또 한가지의 포인트는 감자튀김이다. 튀김의 두께, 두께에 알맞은 튀김 온도와 시간. 

파이브가이즈는 두껍게 감자를 썰고, 바삭하지 않게 튀겼다. 포근포근한 감자 식감이 살아있고 부드럽다. 사진을 보면 검은 부분이 보이는데, 감자 껍질이다. 특이하게 껍질채 튀기는 듯. 그리고 땅콩기름을 조리에 사용한다는데, 살짝 검게 튀겨지는게 그 때문인가 싶다. 여태 먹어본 튀김 중 두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나는 겉이 바삭한 튀김을 좋아함에도 파이브가이즈의 부드러운 감자튀김 느낌이 좋았다. 

 

 

 

 

이 비싼 버거를 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다. 식사하는 공간이 매우 넓은 편임에도 만석이었다. 테라스 느낌으로 식당 외부에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 곳도 역시 만석. 일요일 오후였다. 

 

벽면에는 온통 파이브가이즈 버거와 튀김에 대한 찬양 일색이다. 자기들이 만든 멘트도 있고, 유력 언론지의 한줄평도 있다.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뭔가 이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세뇌를 시키는 효과도 있어보인다. 맛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삼자의 호평을 읽어보며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그리고 커진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파이브가이즈는 오픈주방이라 조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근무자 수를 줄이는 추세에 역행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동시간에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픽업대 앞에서 기다리다보면 조리된 버거를 내어준다. 파이브가이즈는 특이하게 일일이 번호와 버거를 대조하는 스타일이라 햄버거봉투를 내어주는 전담 직원이 따로 있다. 

픽업대 앞에서 기다려도 되지만 방송으로 대기번호를 불러주니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와서 받아도 괜찮다. 

 

 

 

 

서울역 롯데마트 건물에 입점해있는 파이브가이즈. 그러고 보니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저 많은 손님들이라니..

서울역의 힘인지, 파이브가이즈의 힘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쨌건 나는 상당히 만족스런 식사를 했고, 재방문 의사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