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을 곳을 스스로 결정하라.
처신
상사의 쪼잔함을 피하고 계시는가
사람과 만나는 생활을 하는 모든 이. 그 중에서도 직장이라는 조직 속에서 애매,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헤쳐나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동기 중 매우 많은 경우가 쪼잔한 감정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그 쪼잔함이. 한 사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왜 능력 있는 나는 한직에 머물고, 별 볼일 없는 김대리는 승승장구하는가. 당신은 당신의 상사가 얼마나 쪼잔한 인간인지 알고 있는가?
상사의 쪼잔함. 그 본질을 파악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원하는 바를 이루고 탈없이 길게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다.
처세는 기술, 처신은 지혜
맥락, 자충수, 호구, 불퇴전.
4개의 챕터로 작가가 생각하는 처신의 핵심을 정리했다.
작가는 말한다. 처신과 처세는 다르다.
처세가 전술적 행동이라면, 처신은 전략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본질이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이라 한다면,
처세는 감정의 충돌이 생겼을 때 그 상황을 무마하는 기술,
처신은 그 흐름의 맥을 짚어 미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흐름 그자체를 자신의 기세로 바꾸는 지혜라고 표현 할 수도 있겠다.
그 지혜를 고전에 담긴 인물들의 삶을 통해 끌어내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 이 책 「처신」이다.
챕터별 요점은 다음과 같다.
맥 락 - 상황을 보는 시각의 변화를 통해 본질을 보는 통찰력을 기른다.
자충수 - 자기 제어를 통해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함정에 걸리는 위험을 피한다.
호 구 -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불퇴전 - 피해서는 안되는 싸움. 현명한 승리를 얻는 방법을 모색한다.
실전적인 조언
자충수 편에 실린 내용 중 감정조절의 중요함과 그 방법에 대한 조언이 있다. 작가는 감정을 조절하려 하지 말고 다른 곳에 휩쓸릴 여유가 없을 만큼 커다란 목표를 가슴에 품으라고 조언한다.
목표라는 것은 '나중에 이뤄야 할 그 무엇'일 뿐만 아니라 현실의 고통과 감정, 어려움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버리는 또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
큰 뜻을 품어 자잘한 감정의 충돌은 그냥 쓸어 버리라는 것이다. 마치, 한라산 정상을 향하는 이가 지금 발 앞의 바위를 넘는 것을 크게 힘겨워 하지 않는 것 처럼.
현실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어 아웅다웅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산다면 지금 겪는 모든 일이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 연습이 될 것이다. 목표에 다가가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라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지 않겠는가.
호구 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사과는 개처럼 하라.' 는 소제목 하에, 자신의 잘못이 명백할 때는 자존심을 모두 접어 버리고 밑바닥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조언한다. 사과는 약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 보다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하는데 적용된다고 말한다.
사과라는 것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비록 나의 자존심이 일시적으로는 구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그 실수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내 주변의 균열을 사전에 막아주는 단단한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
잘못을 했을 때, 미안하다 쉽게 말할 줄 아는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쭈뼛거리는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더욱 화를 내는가. 한번 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사과를 한 후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 듯 감정이 풀어지며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더 쉽게 상대방에게 수용시킬 수 있었던 경험.
'그래 이 사람이 잘못은 했지만 그래도 함께 가야 할 동료지.'
사과를 받는 사람에게는 사과 한 사람을 한 편으로 품줘야 한다는 생각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는 사과를 한 사람의 입지가 보다 탄탄해지는 결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존심을 전혀 내세우지 않는 온전한 사과가 필요하다. 작가는 이를 '개처럼' 이라는 표현을 통해 극적으로 묘사했다.
이런 말 해주는 선배가 있는가
사회 생활 10년 차 정도 되면 알까. 직장 내에 흐르는 묘한 감정의 기류를 파악 하는 요령을 말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어낸 깨달음을 후배에게 전수 해 줄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선배는 극히 드물다. 사실 감정의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누군가가 이론화 해내지 않는 이상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가르침은 소중하다.
누군가가 이미 걸어간 길에서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가만히 앉아서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우리는 「처신」과 같은 책을 통해 저자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바를 크지 않은 희생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역할일 것이다. 물론, 무조건 적인 수용은 안된다. 자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세워두고 저자의 시각을 투과하여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살뜰히 챙겨주는 선배 한사람 몫을, 책을 통해 채울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읽되 적절한 검열을 통한 내면화를 수행한다면 말이다. 사회초년생, 직장내 관계에서 한계에 부딪힌 중간관리자, 오랜 근무를 통해 관계가 자기 스타일로 고착되버린 고위간부님들께 권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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