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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산책

「나를 다스리고 세상과 친해지는 유쾌한 인간관계」김달국

 

 

유리알 더미에서 발견한 진주 같은 책.

 

 

유쾌한인간관계

 

 

자기계발서.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많은 이들이 읽는 책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자극을 느끼기 위해 수시로 다양한 종류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중독자'들까지 있다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 하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수많은 종류,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을 단 자기계발서가 새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출간되는 책의 수가 늘어날 수록 영양가 없는 책 또한 그 수가 늘고 있다. 책은 많이 읽을 수록 좋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것은 아니다. 함량미달의 책은 읽는 이의 돈과 시간을 좀먹는 해악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며 그 이전에 좋은 책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고 또 그만큼 어렵다.

 

이 책은 굉장히 운좋게 만난 좋은 책이다. 출간된지 오년이 넘었고 지금은 절판된 책. 출간되던 당시에는 그 존재조차 몰랐던 책을 어느날 우연히 한 서가에서 발견했다. 평이한 제목. 세련되지 않은 디자인. 누렇게 빛바랜 속지. 어지간하면 꺼내지도, 꺼냈다가도 그냥 덮어버릴 책이었다. 헌데 마구잡이로 펼쳐 읽은 그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잘 주는 것의 첫번째 방법은 상대방이 갈망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꾸밈없이 적어 내린 문장문장들. 그 속에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었다. 저자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탓일까. 독자를 유혹하는 매력적인 문체와 뭔가 있어보이게 하는 전문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얼핏 성의 없어 보일만큼 툭툭 화두를 던져 놓았다. 헌데 그 문장들이 다 묵직하다. 얄팍한 지식에 꿀과 꽃을 발라 멋들어지게 포장해 놓은 글이 아니라, 소박하고 투박해보이지만 빛이 나는 글이다.

 

성경의 잠언과 비슷한 구성이랄까. 지성을 동원해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 아닌,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다. 간간히 보이는 촌철살인의 쉽고 직접적인 비유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무작정 펴들고 읽는다면 무엇인가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옳지 않음을 지적해 볼 만한 부분도 있지만 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기회와 마주하게 될 수있을 것이다.

 

책은 총 18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관계 속에서 마주할 18개의 대목을 소제목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처세에 대한 요령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 근원하는 심리적 원인에 대한 통찰이 예리하다. 어당팔. 저자가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인간상이다. 어수룩해보이는 사람이 당수 팔단. 겉보기에는 대단찮아 보이지만 인생의 주인인 사람. 작은 것은 내어 주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이뤄가는 사람. 외유내강과 일맥상통하는 인간상. 그 큰 사람이 되는 방법과 유용함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독자에게 제시하고자 했다.

 

자질구레한 설명 없이 핵심만 짚어 놓은 덕에 글에 담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수월하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이를 소화해 낼 만큼의 내공과 경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쉬운 글이기에 머리로는 모두 이해할 수 있으나 훗날 '아,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느끼는 일이 있으리라 본다. 지식의 세계와 경험의 세계는 가깝고도 먼 법이니까.

 

사람을 만남에 남들은 모르는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듯, 책을 읽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속에 진짜를 담고 있는 책과의 만남은 기쁨이 된다. 혼자 느끼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까운 이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