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_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 787
영업시간 _ 11:00~20:00(주말 10시부터, 휴무일 없음)
주차 _ 약 20면
좌석수 _ 약 60석
분위기 _ 모던, 개방감, 어수선
전남 영광의 백수 해안도로
이 곳에 서쪽 바다를 바라보는 카페가 10여 곳 있다.
그 중 「카페 보리」 를 방문했다. 건물이 다소 특이하게 생겼다. 벙커 형태로 지어져 도로 위에서 볼 때는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멋진 외관은 길을 가다가 발길을 멈추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곳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오로지 인스타 마케팅으로 입소문이 난 곳. 하지만 카페 안에 들어가 앉았을 때만 보이는 경치가 있다. 신기한 기분이다. 밖에서는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건물인데, 들어와 보면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멀리보이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 가까이에는 푸른 보리밭, 주변의 나무, 자갈길, 의자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요즘 이처럼 건물 안에서 보이는 풍경을 계산해 조경하는 카페가 꽤 보인다. 안에 들어와 앉아 밖을 바라 봤을 때 멋진 곳. 인위적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둔 곳. 하지만 인위적인 포토존을 홍보수단으로 내세운 곳의 풍경은 깊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보리는 백수 해안에 자리잡은 덕에 '풍경 인프라'가 두둑하다. 수평선 뷰에 특화된 카페다.
백수 해안 도로는 '아름다운 길'에도 선정된 적이 있는 해안 도로로, 특히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영광군에서는 이 도로에 노을 박물관까지 운영하며 '노을=백수해안도로'의 공식을 홍보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사실, 해안도로에서 보는 노을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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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보리의 좌석 배치는 다소 독특하다. 바다 전망을 주력으로 삼은 카페 답게 좌석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게 배치 되어있다. 그런데 이 탓에 사람들이 이동할 경우 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가로지르게 된다. 영화관 처럼 좌석의 최후단과 중앙단에 통로를 만들어 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공간이 개방 되어있고 좌석간 간격이 좁다. 말수가 많고 목소리 큰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경치를 감상할 감성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느낌.
음료는 평범했다. 시그니처인 보리미수를 시켰는데, 다소 밍밍한 미숫가루 맛이었다. 달지 않은 것이 장점이랄 수도 있겠다. 같이 시킨 대추생강차는 상상되는 그 맛. 음료를 픽업가서 직원에게 수저 하나만 더 달라 했더니 수저 머리를 덥썩 잡아 올려줬다. 아마도 본인이 챙기지 못했던 요청에 당황해서 그랬겠지 싶지만, 음식을 취급하는 곳인 만큼 위생 교육은 필요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지 않았다. 콜드브루만 있는 듯 한데, 커피를 먹어 보지 않았으니 음료의 전체 수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겠다. 다만 가격은 매우 비싸다. 경치 값.
그리고 사실 카페 보리가 주력하고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음료가 아니다. 풍경이고 포토존이다. 주요 포인트에 놓여 있는 핸드폰 거치대가 이 곳의 정체성이 뭔지 대변하고 있다. 음료가 다소 비싸고 맛이 없어도 방문객이 많은 이유. 아름 다운 풍경과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내에 고양이 두마리가 살고 있었다. 좌석 끝에 고양이 침대가 놓여있다. 얌전하고 귀엽다. 동물을 좋아하는 손님에게는 또다른 어필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취식 공간에 동물이 존재하는 것은 불법이다.. 관리자가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별도로 허가를 받은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