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포착된 미확인 생명체
어두운 길가를 어슬렁 거리기에 처음에는 고양이인가 싶어 플래쉬를 터뜨려 찍었다.
헌데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짧은 다리 통통한 몸통.
생각해보니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뒷모습도 날렵한 고양이와는 많이 달랐다.
뭐지 요놈?
저녁 운동을 나갈때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또 한번의 만남을 기다렸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저번과 같은 장소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눈가의 까만털, 뽀족한 입, 오동통한 몸통, 삼각형 얼굴.
너구리였다.
요놈은 처음에는 길이 끝나는 저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쪽에 시선을 주었다.
'찰칵.' 셔터음이 들렸는지 벌떡 일어서며 경계한다.
뭔가 이상한 기구로 자기를 겨냥하고 있으니 불안한건가?
너구리와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오초 정도 지났을까.
좀 더 선명하게 찍어 보려고 초점링을 돌리고 있는데
너구리가 휙 돌아섰다.
그러더니 산책로와 연결되어있는 뒷산으로 사뿐사뿐 올라가 버렸다.
근처에 산이 있어 은신할 장소는 있겠지만 들고양이가 많아서 그 등쌀에 살기 쉽지 않을텐데
밥이나 먹고 다니나 모르겠다.
자주보면 친해질 수 있으려나? 다음에는 좀 더 선명하게 찍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