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S가 3천년 된 유적지를 파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1 해당 보도를 보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저것들은 왜 유적지를 파괴하는겨?"
그러게... 왜 유적지를 피괴하는 걸까? 못된 놈들이라서 그런거겠지만 이건 알맞은 설명이 되지 못한다.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의 행동에도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가 있고 행동의 이유가 있는데, IS도 그럴테지. 그들에게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IS(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ISIS) 의 정체와 목적은 무엇인가?
언론에서는 IS를 흔히 '수니파 무장조직'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이렇게 단순히 표현하기에는 IS의 세력이 매우 커졌다. IS는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행정조직까지 운영하며 해당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여러 곳에 흩어진 은신처를 두고 점조직이나 게릴라 식으로 운영되는 테러 집단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설립한 '국가'를 운영하면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바탕으로 꾸준히 세를 넓혀 가고 있다. IS의 주된 수입원으로는 점령 지역에서의 약탈과 세금, 석유 밀거래가 있고 2, 공공연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조, 유물 밀거래로도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IS가 내세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칼리프에 의한 지배를 회복하고 과거와 같은 통일된 거대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칼리프는 카톨릭의 교황과 같은 지위의 종교지도자이다. IS가 말하는 칼리프에 의한 지배는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국가최고권력자가 되는 것, 즉 제정일치 사회로의 회귀를 뜻한다.
이들이 단순히 무장한 테러 세력에서 영토를 점령하고 정규군과의 전면전을 수행하는 '국가'의 면모를 갖추어가게 된 데에는 어지러운 중동 정세가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이라크 내전, 시리아 내전 등의 사건이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건든 이후 내전이 발생하며 중동이 어지러워졌다.
IS 성립 배경을 살펴보면 사실상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에 의한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현재는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IS, 시리아 정규군, 시리아 반군, 쿠르드자치군 등이 뒤섞여 혼전이 벌어지고 있고, 인접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들을 지원 혹은 견제 하면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 chosun.com
고대 유적을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뉴욕타임즈] 는 3월 29일 기사에서 크게 4가지의 이유를 분석했다. 4 '기독교 상징물 파괴, 유적을 이용한 협박, 국제적인 선전, 유물 약탈' 이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몇가지 정보를 더하여 IS가 유적을 파괴하는 이유를 정리해 본다.
1. 우상 숭배 금지 교리
이슬람교에는 '다섯 기둥'이라 불리는 5가지의 주요 교리가 있다. 그 중 첫째가 '샤하다' 이다. 샤하다는 신앙 고백으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5 이에 따라 이슬람교에서는 알라 외에게 행해지는 모든 숭배를 절대 금기시 한다. 이것이 이슬람교를 기반으로 조직된 IS가 유적을 파괴 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가장 대표적이고 대외적인 명분이다. 현재까지 IS는 기독교, 우상, 다신교 등에 관련된 조각, 건축물 등의 유적을 파괴하며 '문화 청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교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극단적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와 학자들은 이슬람 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고대 유적은 우상의 형태를 취한다 해도 문화유산의 일부일 뿐 이라고 본다. 또한 이집트의 대표적 이슬람기구 중 하나인 [다르 알이프타]도 IS의 유적 파괴를 신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6
2. 군사 전략의 일환
IS가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점령했을 당시, 우상이나 다신교에 관련된 건물이 아닌 유적은 파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2세기 무렵 만들어진 '팔미라의 개선문'과 같은 종교와 무관한 유적까지 파괴했다. IS는 팔미라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수록 유적 파괴에 열을 올렸다. 유적 근처에 지뢰를 매설하고, 자극적인 유적 파괴 장면을 대외로 내보냈다.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유적이 파괴된다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이는 진압군에게 유적 파괴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줌으로써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7
3. 국제적 선전 및 건재 과시
IS는 팔미라 점령 당시 주민 20명을 유적지에서 처형했다. 이는 유적이 갖는 상징성을 대외적으로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선전 전략이다. 심지어 포로를 유적의 기둥에 묶어 두고 유적과 함께 폭파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8 세계적인 문화 유산을 파괴하며, 유적을 매개로 정치 종교적 신념을 표출하는 행위는 IS의 존재와 사상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9
실제로 전세계의 학자는 물론이고, 먹고 살기 바쁜 일반인에게 까지 IS의 행적이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얻는 것은 악명일 뿐이지만,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는 SNS를 통해 서방국가에서도 대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IS의 사상에 동조하며 대원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IS 지원자가 나와 충격을 줬었다.
또한 유적파괴로 지속적인 이슈를 만들며 자신들이 아직 건재하게 활동 중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이슬람 세계에서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이에 더해 자신들의 사상과 목적을 퍼뜨림으로써 점령 지역에서의 지배 체제를 공고화하며,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과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10
4. 유물 약탈과 약탈 증거 인멸
IS의 고정적인 수입원에는 유물 밀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상 숭배를 금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 우상을 밀매하여 수익을 얻는 다는 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치부가 된다. 때문에 유물 약탈과 증거 인멸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기 위해 범죄 현장을 아예 파괴해버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팔미라에서 약탈된 유물은 이미 유럽 전역으로 공급되어 암거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11
유적 파괴 행위가 던지는 시사점
IS가 파괴하고 있는 유적들은 우상이기 이전에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다. 인류가 지구에 살며 남긴 문명의 흔적이다. 아직 알아내지 못한 인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지나온 과거에 대한 증거이며, 현대인에게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상징물이다. 헌데 이러한 유적을 '종교적 명분' 아래 파괴하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전쟁 범죄'다.
대의 명분이라는 것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IS가 내세우는 명분 뒤에는 조직의 이익, 심지어는 사익에 관련된 활동까지 존재한다. 조직 선전과 금전적 이익을 위하여 유물을 파괴하면서 그것을 '우상 숭배 금지'라는 명분으로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역시 이 대의 명분이라는 흉기에 의해 저질러진 잔혹한 범죄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또한 하나의 사상이 극단화 될 때 발생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회의와 확신의 중간'에서 사고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절대적 확신은 강력한 추진력을 부여하지만, 이는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사고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IS의 추종자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확신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며 그것을 범죄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일 그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그릇된 것임을 깨달을 기회가 온다면, 어마어마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세계적, 역사적 무대와 같은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도 적용시켜야 할 시사점이다. 회사, 학교, 가족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대의 명분이나 절대적인 확신에 기반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의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따르고 따르기를 요구하는 어떤 사상이, 혹시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는가.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 3천년 고대사원 파괴, SBS뉴스 [본문으로]
- 이슬람 국가, 한경 경제용어 사전 [본문으로]
- 이슬람 국가, 위키백과 [본문으로]
- The Strategy Behind the Islamic State’s Destruction of Ancient Sites. ,뉴욕타임즈 [본문으로]
- 이슬람의 다섯기둥 [본문으로]
- 발췌 : IS는 왜?: IS는 ‘테러 괴물’인가, 객관적인 우리 시각으로 파헤친 IS 심층 파일 (공)저: 한상용,최재훈 [본문으로]
- 팔미라 개선문 파괴 [본문으로]
- 팔미라 유적서 20명 처형, KBS1 [본문으로]
- 기둥에 인질 묶어, jtbc [본문으로]
- 유적파괴는 국제적 관심끌기용, 연합뉴스 [본문으로]
- IS의 유적파괴는 유물 밀매 증거 없애기, 한국일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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