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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산책

신안 여교사 사건. 원인과 대처 방안 분석.

 

 

 

섬노예 사건으로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신안에서 다시 한번 뜨악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흑산도다. 흑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던 여교사가 학교 관사에서 학부형이 포함된 주민 세 놈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의 발생 장소인 학교 관사 (사진 출처 TV조선)

 

 

횟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던 여교사에게 횟집 사장 놈이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동네 놈팽이 두 놈과 함께 접근하여, 강제로 술을 먹였고, 여교사가 술에 취해 쓰러지자 관사로 바래다 주는 척하며 개같은 짓을 저질렀다.

 

관사에 한명씩 출입했고, 그 사이 사이에 서로 전화를 주고 받은 정황이 밝혀졌다.[각주:1]

이 개같은 짓은 5월 21일 밤 11시부터, 5월 22일 새벽 2시까지 계속 되었다.

 

22일 잠에서 깬 여교사가 112에 신고하였고, 증거를 보존한 채 침착하게 조사에 응한 덕에 가해한 놈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

 

6월 2일 목포 MBC에서 이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갔고, 경찰은 이 것들을 구속했다고 6월 5일에 밝혔다.[각주:2]

 

 

그나마 다행히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가해자가 구속 될 수 있었던 것은 여교사의 침착한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교사는 피해사실을 인지한 즉시 112에 신고했다. 만약 성급하게 가해자를 찾아갔거나, 동네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네티즌들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지역에서 지역적 폐쇄성에 기반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끼」와 같은 영화를 통해 봐왔던 이미지의 연상도 그 같은 감정 형성에 한몫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자신을 신안군 출신이라 밝힌 이는 이렇게 말한다.

“섬에는 분명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또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도 험하다친구도 염전노예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역 폐쇄적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외지인을 배척하고 내부적 결속을 다지는 것에 있다. 외지인은 이방인 취급을 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들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입막음을 한다. 흔히 텃세라 하는 것의 본질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단합이다. 외지인을 자신들보다 못한 인격을 가진 것으로 치부한다. '이 동네에서는 우리가 왕이다.' 사실 이런 사고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도 얼마든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부가적인 환경 요인에 의한 지역 폐쇄적 사고의 극단화는 염전노예를 관행으로 여기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동네 놈팽이들끼리 합심하여 외지에서 온 여교사를 거리낌 없이 유린한 그 놈들의 모습에서도 위와 유사한 사고방식이 보인다. 그에 더해 남성우월적 사고방식도 찾아 볼 수 있다.[각주:3] 세 놈이 모여서 여성 한 명을 두고 마음대로 취급해도 되는 물건인 양 행동했다. 이 것이 비난 받을 짓인지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처자식 딸린 놈들까지 그런 개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가해자 중에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까지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중간중간 웃으며 담담하게" 조사에 응한 놈도 있다.[각주:4]

 

또한 교육 행정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외지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퇴직했다는 이의 경험담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에는 학부모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촌의 학부모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게다가 학생수 조차 몇되지 않는다.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할 학부모를 모시는 일이 쉽지않다.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학교 운영에 지대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교사는 관심없는 학부모들에게 참여해 주십사 굽신거려야한다. 이 점을 악용해 갑질을 하는 학부모가 존재한다. 그 여교사가 강권하는 술을 거부하지 못하고 만취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여기에다가 관사에는 CCTV가 한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주말을 맞아 다른 교사는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학교를 관리하는 인력이 따로 없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학부모의 갑질 앞에 어린 여교사는 그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고, 그 놈팽이 놈들은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며, 얼마든 여교사를 입막음 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그토록 대범하게 행동한 것이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요약하자면, 

내부적 결속이 강한 지역 폐쇄성, 왜곡된 남성우월주의, 학부모의 갑질을 유도하는 잘못된 교육 행정 제도, 아무런 보호 장치 없는 오지의 근무환경, 이를 악용할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무방비가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건 정황을 살펴보면 이 놈팽이들은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서로 전화를 주고 받은 것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은 것으로 의심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게 과연 이번 한번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과거, 미래에 같은 일의 반복이 없었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같은 상황, 조건, 인간이 한 장소에 모여있으면 같은 일은 계속 일어나는 법이다. 검경은 계획적 범죄 여부와 여죄 여부를 명확히 조사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여 일벌 백계의 사례를 남겨야 한다.

 

덧붙이자면, 경찰과 지역 주민의 유착도 계도되어야 한다. 치안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지역의 경찰들은 치안유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게 도가 지나쳐 '형님, 아우'하기 시작하면 그건 더이상 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외지인을 배척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시켜 지역 폐쇄성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경찰도 우리편' 하게 되면 안된다. 경찰이라면 주민과의 사적인 만남을 금지하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경찰은 지역 주민에게도 경찰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오지 학교 교사의 생활 실태 조사와 교육 행정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 물리적으로 열악한 상황의 오지 학교에 도시 학교와 동일한 방식의 행정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안되는 일이다. 학교와 교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는 못할 지언정 교사에게 쓸데없는 짐을 지우고, 학부모들의 갑질이 일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교육부의 무능력이다.

 

또한 관사의 보안 및 생활 편의 시설을 점검하여 오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무슨 보안이냐.”는 생각에 미흡한 관리가 이뤄져 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났듯, 순박한 사람은 없다. 인간에 대한 기대보다, 범죄가 일어날 상황과 조건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범죄 예방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지역민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자기 지역에서 범죄가 일어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해결해야한다. 지역민 간의 유대를 어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정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 출신에 대한 편견, 관광객의 감소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들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행정당국과 지역사회가 할 일 이었지만, 사실 개인의 주의 역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죄가 된다거나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어리석은 소리다. 범죄는 저지른 사람의 잘못이다. 그러나 어쨌건 범죄가 일어나 피해를 입는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 이므로 자기 자신을 위해 범죄에 노출 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지에 근무하는 여교사들은 절대 고립되지 말아야겠다. 동네 주민들과 만남을 가질 때는 반드시 동료 교사와 동석하고, 술자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음주를 권한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상황과 분위기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지만 더 큰 뒷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오지로 여행을 갈 경우 여행객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절대 여성 혼자 외딴 곳으로의 여행은 삼가야 한다. 혹 여행을 간다 해도 반드시 지인들에게 연락처와 행선지를 알려야하고, 사전에 조사하고 준비된 장소가 아닌 이상 함부로 현지인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여행객의 마음으로 뜰떠서 하는 행동이 어떤 위험을 가져올지 모를 일이다.

 

이는 비단 오지에서 근무하거나 여행하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이 홀로 고립되어 남성들과 술자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혹은 그 반대의 상황도) 이런 말을 하면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몬다'는 비난을 하는데, 뭐 비난은 자유다. 하지만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여성 (혹은 남성에게) 있어서 최우선은 남녀 평등, 무죄추정의 원칙 이딴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코 자신을 위험 상황에 노출 시켜서는 안된다. 인간의 선악과 무관하게 범죄 의지는 상황과 조건이 갖추어 질 때 강해진다. 이것이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 시키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남성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술자리에 여성이 동석할 경우 부디 배려하라. 장난으로라도 술을 강권하지 말아라. 스스로도 절제하지 못할만큼 취하지 말아라. 만약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이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이들이 방관자요, 범죄를 묵인한 공범자가 되는 것임을 명심해달라. 

 

아무쪼록 피해를 입은 여교사가  아픈 기억을 털어내고, 보란 듯이 강인한 교사로 살아나길 응원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 일어나지 않도록 행정당국과 모든 사람이 이성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