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같은 제품이라도 비싸다. 그래서 백화점은 보다 월등한 서비스와 대접을 기대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 탓인지 유독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갑질을 해도 상갑질을 한다. 올해 초에도 고객의 항의에 담당직원이 무릎을 꿇었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있는데, 10월들어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원문출처 : 이투데이
무릎을 꿇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행동이다. 자신의 생각, 감정, 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오로지 주어지는 처분에 따르겠다는 백기투항이다. 좀 과정하자면, 상대방의 발아래 무릎을 꿇음으로 자신이 인격적으로 상대방보다 비천한 입장임을 표현하는 행동인 것이다.
뭐. 봉건시대가 아닌 21세기에도 죽을 죄를 지었다면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 사람을 죽였다던지, 크나큰 배신을 하였다던지,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던지 하는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저 백화점 여직원들이 과연 고객에게 그만한 죽을 죄를 지은 것일까?
접객 최전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결정권이 제한되어 있다. 본사에서 근무에 관해 정해둔 지침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사건의 경우 고객이 구입 후 8년이나 지난 물건을 들고와서 무상수리를 요구하니 규정상 불가하다는 안내가 이뤄졌다. 본사가 시킨대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헌데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고객의 모친이 백화점에서 무상 서비스를 거절 당하자, 고객이 직접 본사에 항의 전화를 했고, 본사가 고객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들어주고 만 것이다. 미운놈 떡하나 주는 심정으로 시끄러운 고객을 달래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를 들어줬을 것이다.
본사야 시끄러운 손님 떨어내고 만족했다고 치자, 하지만 본사의 고객서비스 방침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백화점 여직원들은 뭐가 되겠는가? 본사가 자신들이 정한 업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결과, 여직원들은 고객의 발밑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 한다. 비슷한 경우로 진상고객 뒤에는 문제 기업이 있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에 급급해 들어줘서는 안될 요구를 들어주는 부모 탓에 아이가 싹퉁머리 없이 자라는 것처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사람봐가며 이랬다저랬다하는 문제 기업 덕에 진상고객이 양산되는 것이다.
물론, 이유야 어찌되었건 백화점에 쳐들어와서 여직원들을 무릎꿇게 만든 저 갑질은 용서되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 회사의 아둔한 경영방식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일관성없는 운영을 존중할 고객이 어딨겠으며, 그런 회사를 신뢰할 직원은 또 어디있겠나.
갑질 영상이 유포되고 여론이 들끓자 본사 측에서는 그제서야 법적대응을 검토한다고 나섰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 무능한 회사는 자기들의 원칙을 어겼고, 자기들 매장에서 일하는 여직원들 조차 지키지도 못했으며, 이제는 고객 한명을 범죄자로 만들게 생겼다. 진즉에 자기들이 정했던 원칙을 강경하게 유지했다면 아무일도 없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수 있었을 텐데 정말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법적대응을 하건 말건 그건 본사측에서 알아서 할일이다만, 그전에 자기들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 탓에 피해를 본 성실한 그 여직원들에게 사측이 진심을 다한 사죄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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