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존재하는 스포츠 연맹들은 비리의 온상이다. 이건 내 주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빙상연맹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파벌 싸움으로 국보급 선수인 안현수를 러시아에 헌납했고, 연맹에 소속된 선수들이 상금을 타면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면서 정작 선수들에게 해주는 지원은 미비하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전까지 빙상연맹은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연습장 조차 없는 환경에서 선수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헌신으로 김연아는 진짜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그런데 그 후 김연아의 성공세에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빙상연맹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빈축을 샀다. 게다가 소치에서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김연아가 금메달을 놓쳤을 때 취한 대한빈상경기연맹의 소극적인 모습 또한 구설수에 올랐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같다. 뭔가 미숙하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단체로 보인다. 사건이 없으면 뭐 조용한거야 당연한 거겠지만, 무엇인가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걸 완벽하게 해결해내지 못하고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에 또 그런 사례가 나타났다.
▲ 변경전의 홈페이지 화면. 지적이 있자 빙상경기연맹 측은 기존 규정집과 번역본을 삭제했다.
1년전에 개정된 피겨스케이팅 규정을 아직까지 번역은 커녕 수정조차 해놓지 않은 채 빙상연맹 홈페이지에 방치해 둔것이다. 그리고 그걸 안타깝게 생각한 여중생들이 140여쪽에 달하는 번역을 직접하기 시작했고, 이 소식을 접한 기자가 빙상연맹에 이 사실을 알리자 그제서야 기존 규정집과 번역본을 삭제하고 변경된 영문 규정집을 올려 두었다.
기사에 의하면, 기자가 여중생들이 번역한 규정집에 대한 의견을 묻자, " 그건 경기인들이 할일이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말인 즉, '규정집 번역은 우리가 할일인데, 아마츄어 중학생들이 해논 번역을 뭘 믿고 그대로 쓰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맞는 말이다. 그게 1년 동안 신경도 안쓰고 있다가 지적받은 집단이 하는 말이 아니었다면 맞는 말이다.
변경된 규정에 대한 이해는 경기 결과를 좌우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 아닌가? 헌데 그 규정에 대한 자료를 1년간이나 번역본조차 만들지 않고, 공지 조차 해놓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빙상연맹이 빙상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셈이다. 그래놓고 제 3자가 자기들이 해야 할 일에 손을 댔다고 발끈하는 꼴이 졸렬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셈인데, 그동안 빙상연맹은 그 하나를 참 여러번도 보여줬다. 위 기사에 언급된 규정집 건도 대한빙상연맹이 행정업무에 있어서의 미숙함과 게으름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가 되겠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듣는 곳이 안좋은 의미로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신의 직장이다. 그리고 신의 직장은 대개 국가 예산을 축내는 곳이고 대대적인 감사와 개혁이 필요한 곳이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정부는 이런 곳들을 그냥 놔두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국민들은 그러한 집단의 과오를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 반드시 응당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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