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는 갈등.
균형잡힌 캐릭터 연출.
개봉 첫날 관람객 70만을 넘기며 국내 신기록을 갈아치운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이렇게 무지막지한 영화가 나오다니. 등장하는 히어로만 11명이다. 전작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 때와 관객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국내 관객들에게 에이지오브울트론은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렸었지만 시빌워는 호평 일색이다.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두번 볼만 하다. 독창적이고 꼼꼼한 세계관, 매력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 캐릭터간에 얽힌 사연 등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 다른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는 히어로물의 흡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화려하지만 짜임새 있는 액션과 촬영 구도는 마치 이소룡의 절권도처럼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공감가는 갈등 구도, 전작들과 매끄럽게 얽혀있는 이야기까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잘 어우러져있다.
고뇌와 대립
초반에 영화는 어벤져스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초점을 맞춘다. 하늘과 땅을 뒤집어 엎는 호쾌한 장면 속에 숨겨져있던 무고한 소시민들의 죽음에 집중한다. 사실 관객들은 거대한 폭발이나 붕괴 장면을 보면서 그 속에서 누가 얼마나 죽었을까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장면 그 자체의 스케일에서 쾌감을 얻을 뿐. 헌데 영화가 먼저 나서서 그 부작용을 꼬집고 그속에서 생겨난 갈등을 스토리의 핵심으로 삼는다.
소코비아 사태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UN은 어벤져스를 산하기관에 소속시키고 그 활동을 통제하고자 결의한다. UN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반 체제 조직으로 낙인 찍혀 강제로 해체될 상황. 자신들의 활동을 외부의 판단과 통제에 맡겨 질서를 유지하자는 찬성파와 직접 판단하고 움직여야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반대파로 의견이 갈려 대립하게 된다. 자유와 질서 중 인간 본성에 더욱 적합한 가치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통제하는 이는 누가 통제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끌어내는 지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캡틴 아메리카가 통제에 반대하며, 아이언맨이 통제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군인 출신으로서 타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이가 자유를 요구하고, 사회규범을 비웃기라도하듯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던 이가 통제를 원한다. 이것은 어찌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 반영된 결정이 아닐까 싶다. 선과 정의의 화신인 스티브 로저스(캡틴)는 어벤져스의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어야 정당한 사용이 가능하다 믿고, 반 사회적일정도로 자유분방함이 몸에 배어있던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제 3자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다.
공항 전투
찬반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던 상황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윈터솔저가 그 배후로 지목된다. UN은 그를 사살하려 하고, 윈터솔저의 죽마고우였던 캡틴 아메리카는 그를 구해내며 반대파로서의 입장을 굳힌다. 캡틴은 테러를 일으킨 존재가 따로 있으며 진짜 음모가 이미 진행 중 임을 확신한다. 이 후 UN의 통제를 거슬러 독자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UN의 통제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아이언맨은 그런 캡틴을 저지하고자 한다.
▲ 찬성파 아이언맨 진영
찬성파와 반대파는 공항에서 조우하고, 무력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20여분 가량 액션이 이어지는데, 아마도 「시빌 워」는 이 장면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동작 하나하나가 과하게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고 감칠맛난다.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하지 않는 백중세의 상황 속에서 주고 받는 공방을 한장면이라도 놓칠 세라 집중하게 된다.
▲ 반대파 캡틴아메리카 진영 (팔콘 귀여운듯)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스파이더맨, 앤트맨, 팔콘, 블랙팬서 등도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스쳐가는 조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한다.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주연급인 아이언맨과 캡틴 이외의 출연 분량은 길지 않음에도 놓치는 것이 최소화되었다. 꼼꼼한 연출과 편집을 위한 제작진의 고뇌가 엿보인다.
배후 조종자와 밝혀지는 비밀
「시빌 워」에도 「배트맨vs.슈퍼맨」의 렉스루터와 같은 이가 등장하여 갈등을 촉발 시킨다. 아무래도 히어로들간의 전투를 위해서는 '무엇이 정의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이 있어야 몰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나보다. 이 배후 조종자는 '캡틴의 남자' 윈터솔져를 미끼로 삼아 캡틴아메리카를 아이언맨과 대적하도록 만든다. 헌데 그의 사정도 기구하다. 비록 그가 택한 방법은 잘못 되었지만, 어벤져스를 향한 증오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그의 입장에서는 어벤져스가 세상에 둘도 없는 악당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관객은 다른 시각으로 히어로의 존재(대중의 지지를 받는 사회적 강자)를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테면 '대'를 위해 희생되는 '소',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한편, 이 배후 조정자가 어벤져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진정한 '무기'는 따로 있었으니... 윈터솔져를 테러범으로 몰아 캡틴과 아이언맨을 대적하게 만든 것은 이 무기를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선보이기 위한 하나의 준비 작업에 불과했다. 그 '무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여기 적으면 댓글에 욕이 달릴 것 같아 적지 않는다.
팁
1. 쿠키영상은 2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은 2개다. 그런데 나는 1개만 보고 나왔다. 사람들이 나가고 불이 켜지길래 따라 나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뒤에 1개가 더 남있다더라..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끝까지 버티고 앉아 계시길.
2. 오렌지 주스의 의미.
공항전투 장면중에 앤트맨이 녹아웃 되서 이런 말을 한다. “오렌지주스 좀 줘."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할 거다. 난데없이 왠 오렌지? 싶으면서, 오렌지를 먹으면 힘이나는 건가? 하면서 대충 넘길만한 대목이다. 검색을 해봤더니 미국에서는 축구경기와 같은 단체 운동이 있을 때면 학부모들이 와서 오렌지를 나눠준다고 한다. 먹고 힘내라고 하는 일종의 응원, 뒷바라지 정도되는 문화인 셈이다. 그래서 앤트맨이 자기 상황을 단체 경기를 마치고 기진맥진한 상태에 비유하며 조크를 던진 것이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만 웃을 수 있었겠지만. [참조기사]
3. 등장하는 금속.
블랙팬서의 수트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져있다. 모든 진동을 흡수하는 가상의 금속인데 매우 고가이다. 캡틴아메리카의 방패에도 비브라늄이 들어있다. 캡틴의 방패는 비브라늄, 아다만티움, 우르의 합금이다. 아다만티움은 「엑스맨」 울버린의 골격을 이루는 절대 파괴되지 않는 금속, 우르는 토르의 망치와 같은 재질이다. 새삼 캡틴의 방패가 대단해 보인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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