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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산책

착한 사람 말고, 착!한 사람되기. 「착한 여자」 공지영

 

 

 

 


착한 여자. 1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오픈하우스 | 2011-03-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묵살당하는 여자의 정체성 작가 공지영의 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착한 여자. 2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오픈하우스 | 2011-03-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묵살당하는 여자의 정체성 작가 공지영의 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착한아이 콤플렉스 또는 증후군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유아적 의존 욕구를 억압하는 환경에서, 어린이가 방어기제에 따라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또는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콤플렉스는 바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그대로 지닌채 성장하게 되는데, 이렇게 성장한 어른에게는 '착한아이' 대신 '착한여자, 착한남자, 좋은사람' 등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착한게 나쁜 건 아니죠.... 다만 줄을 잘 서야지... ”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참 많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보인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어떻게든 그들의 기분을 맞춰 한편이 되려하는 아이, 시간외 근무를 하고도 수당 지급을 요구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요구에 개인생활을 포기해야 함에도 웃으며 순응하는 직장인, 옳지 못한 정권임을 알면서도 그 정권이 집권하면 자기 편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 유권자.

 

물론 그들의 착함에는 다 각자의 이유가 있고 때로는 목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릇된 곳을 향하는 착함, '순진한 착함'은 문제가 된다. 자신에게 옳은 것은 A임을 알고 그 것을 택하고 싶으면서도, 무엇인가의 이유로 B를 택하는 착함, 분명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강요된 의무감에 의해 그길을 택하는 착함.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무조건 구원이라 믿어버리는 착함.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순진한 착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하지 않는 그 모습. 어쨌건 이들은 착하다. 하지만 결코 존중받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의 착함은 이용과 착취당함으로 결말 지어지고 만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무튼 착한 건 좋은 거 아니었나? 왜 순진한 착함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착하되 원하는 것을 얻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착한 여자」의 주인공 정인의 삶을 보고 있자면 순진한 착함이 왜 사람을 불행으로 이끄는지 그 답에 대한 실마리를 느껴볼 수 있다.

 

스무살 정인. 그녀는 태어나 자라온 그 장소가 답답했고, 누군가 자신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기를 바랬다. 그때 정인을 손을 잡아 끈 것이 현준. 정인은 그 끌림을 맹목적으로 따랐고 결국 비참한 결혼 생활을 맛본다. 이혼 후 다가온 남자 호영. 정인은 불안해 하면서 다시한번 자신에게 내밀어진 그 손을 잡는다. 하지만 정인은 호영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손목을 긋는다.

 

정인에게는 명수라는 수호천사가 있었다. 어린시절을 함께 하며 정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평생 정인을 가슴에 품은 남자가 명수였다. 그런 명수를 곁에 두고도 정인은 현준을 택했고, 호영을 택했다. 택했다기 보다 그들의 요청에 자신을 내던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하다.

 

강한 매력을 가진 '나쁜놈' 현준과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정인은 그가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지만, 현준의 저돌적인 대쉬에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착취당한다. 평범한 행복에 목말라 하던 정인은 현준에겐 없던 다정함을 가진 호영과 동거를 시작하고 그 역시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헌신하다가 또 버림받는다.

 

작가는 시대의 강요로 인해 착한 여자 증후군을 가지고 살아가던 여자들의 모습에 대한 표본으로 정인을 그려낸 걸까?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인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들기도 하지만, '멍청한 X'이라고 욕이 나오기도 한다. 아주 답답하다. 자신을 무시하고 이용하려 드는 이에게 오히려 인정을 받으려 애를 쓰고 정작 자신을 알아봐주고 도와주는 이에 대한 소중함은 쉽게 망각한다. 착하긴 한데, 제대로 착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정인이 직접 잘못을 범한 것은 아니다. 정인은 그저 착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착함은 '순진한 착함'이었다. 그리고 순진함이 그릇된 곳을 향한 탓에 여러사람이 불행해졌다. 정인의 친구 미송이 호영을 비난하면서 한 말 '약한게 나쁜게 아니라 관계가 나쁘면 나쁜 사람.' 이라는 말이 꼭 호영만을 향하는 비난이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을 잠깐 해본다.

 

정인에게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었더라면, 부당한 대우에 저항할 자존감이 있었더라면, 자신을 불행으로 이끌 사람이란 의심을 헌신이라는 거짓된 가치로 가려버리지 않았더라면 정인은 아마 그렇게 비참한 삶과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착한게 나쁜 건 아니죠.... 다만 줄을 잘 서야지... ”

 

어떤 줄이 제대로 된 줄인지 구분 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가진 착한 사람이라면 착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순진한 착한 사람'말고 '현명한 착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사람이 누군지 착! 알아보고, 제대로 된 기회가 무엇인지 착! 알아보는 '착!한 사람.' 좀 유치한가? 암튼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정인은 호영과 헤어진 뒤 다행히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똑바로 서는데 성공한다. 같은 처지의 두 여자는 자기 같은 '착한 여자'들을 위한 시설을 계획해 운영하기로 한다. 그렇게 조금씩 과거의 상처로 부터 배우고 벗어나는 정인.

 

어느날 정인은 환상을 본다.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매맞고 울던, 현준에게 맞아 상처입은, 호영에게 버림받고 손목을 그어 버린 여자가 서있는 환상을 본다. 정인은 그들을 향해 두팔을 내민다. 결국 정인은 그들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어머니가 된 것이다.

 

그리고 늘 정인을 마음에 품고 있던 명수와의 재회가 다가 온다. 이번에는 정인이 착!한 여자가 되어 제대로 된 선택을 착! 하고 해낼 수 있을까? 부디 그러했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인데, 작가의 표현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해 약간은 시적인 느낌을 가미해 묘사하거나 설명하는데 그게 유치하거나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글쓰면서 표현력 좋다고 자만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공지영이나 김훈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한 편집자의 글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음 그말이 이해가 된다.

 

내게 딸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정인의 삶이 비단 소설 속 인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영악하지 못한 여자 아이에게 세상의 참맛(?)이 어떤 것인지 경각심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싶었다. 물론, 권하기 전에 직접 읽어보고 첨삭지도가 필요하겠지만.

 

 

공지영 작가

(출처 : 네이버 인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