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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산책

부동산 경매 홍보서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김수영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28세 18억 젊은 부자 7년간의 돈벌이 분투기)

저자
김수영 지음
출판사
퍼플카우. | 2014-08-0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자본주의 시대, 결국 ‘돈’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일하지 않...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종류 : 자기계발서

분야 : 재테크 - 부동산 경매

저자 : 김수영. 부동산 경매로 28세까지 18억을 모음.

요약 : 노동의 굴레를 넘어서려면 부동산을 공부해라.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한번은 읽어볼만.

사례가 부족한 것이 단점.

소장가치는 없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끝없는 노동이란 현실에 허덕인다. 이 책의 기획자는 그런 직장인들의 심리를 명쾌하게 꿰뚫는 제목을 지었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월급쟁이들의 자존심을 건들면서도 자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도서관 서가를 쓱 지나가다가 제목에 혹해서 나도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으니, 아주 전략적으로 잘 지어진 제목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치고 '명저'가 없다. 적당한 흥미거리에 적당한 정보에 적당한 경험담이 얼버무려진 그냥 그런 책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가는 열차에서 심심풀이로 쓱 읽는 걸로 충분한 그런 책들 말이다. 과연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는 어떨런지?

 

닥치고 부동산?

 

책의 서두는 생계를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것 없는 월급쟁이에게 미래는 없다는 주장과 자본주의 시대를 살라면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부자를 부러워하면서 돈을 추한 것으로 여기는 모순된 행동을 그만둬야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열린다는 말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그래서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그 길에서 발견한 것이 부동산 경매였고, 부동산학과로 진학하기에 이른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이 들락이는 공인중개사무소에 발걸음을 하면서 겪은 애로점,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 사연, 첫 경매 낙찰과 첫 세입자와의 계약에서 느낀 짜릿함.

 

그 외 자신이 배우고 익혔던 돈 관리 요령과 마음가짐에 대한 짧은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어 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할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모을 방법을 찾으라는 것. 

 

저자 자신은 부동산 경매에서 그것을 찾았다며, 부동산 경매를 권유하고 있다. 읽고 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건 사회가 개인에게 둘러씌우는 굴레를 벗어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다는 점에서 저자의 삶은 분명 배울 점이 있고, 독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너는 너고 나는 나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도 부동산 경매나 해봐야지.'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마냥 현명한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경시하고, 빠르게 부를 쌓을 수 있는 길에 눈을 돌리다가는 불행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은 부동산 경매에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이미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동산 경매는 별 흥미거리가 되지 못한다. 자기 길을 잘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뭘 해서 잘됐다더라 하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불행한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불행한 사람. 즉 아직 부자가 아니며 부자가 될 것이라 자신하지 못하는 길에 딸려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삶을 모방해 볼만 할 것이다. 

 

인상적인 이력을 가진 저자, 책의 수준도 인상적일까?

 

저자의 치열했던 삶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책의 질을 따져본다면, 아쉬움이 매 많이 남는다. 저자가 제시한 정보나 지식들은 여태 출판된 책들에 이미 다 담겨 있고, 인터넷에 키워드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 것들이다. 

 

그 정보들을 저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녹여서 재해석하거나 발전된 방식으로 제시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하지 못하고 핵심 개념이나 심지어 특정 예를 거의 원문 그대로 다시 사용한 점이 실망스럽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라는 책을 읽어 본 분들은 동감할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할 시스템에 대한 언급은 십수년도 전에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저자가 이미 소개한 내용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그 '시스템'을 스스로 성장하며 돈을 버는 사업구조로 제시한 반면, 김수영은 부동산 경매를 통해서 벌어들인 자산으로 언급한 점이 다를 뿐이다.

 

게다가, 특정 예를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특히 실망스러웠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이런 예가 나온다. '물장수가 있다. A는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날랐으나, B는 송수관 시스템을 개발해 물을 공급했다. 세월이 흐른 후 B는 부자가 되었으나, A는 벗어날 수 없는 노동의 굴레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산다.'

 

이 예를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에서는 단지 주인공을 유비와 장비로 대치하여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놓고 저자가 첨언하기를, '내가 겪은 실사례를 각색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을 보고 실소가 나왔다. 독자를 얼마나 쉽게 봤으면 남의 것을 자기 창작인 것처럼 말하며 이리 쉽게 책을 냈나 싶은 생각에..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에 감명받았다면 꼭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를 읽어보며 원작이 가진 무게와 비교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게중에는 읽어볼 가치가 있는 저자 자신의 경험담도 있고, 저자가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개념(부채와 자산에 대한)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적다. '7년간의 돈벌이 분투기'라는 부제가 민망하다.

 

차라리 돈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나 뻔한 돈관리 요령을 싹 빼버리고, 부동산 경매를 통해 돈을 벌게된 경위와 사례를 자세하게 언급해서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사례집을 만들어 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재테크 책이 팔리면 돈을 버는 것은 출판사와 저자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말이다. 재테크 책 중에는 진짜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이 수록된 것들이 있는 반면, 뭔가 있어보이기는 하는데 정작 진짜 알맹이는 없는 책도 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독자의 안목이 중요하다.

 

대개 관련 업계에서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이들이 차후 컨설턴트나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책을 출간하는 경우, 허우대만 멀쩡한 실속없는 책이 나오기 쉽상이다.  '특이한 이력+적당한 조언=팔릴만한 책' 이라는 전략으로 탄생하는 책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는 뭔가 저자의 정제된 사상이나 경험이 담겨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재테크 홍보서 정도의 수준이다. 때문에 소장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 책의 가치를 찾자면,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 여겨질 때 그 불행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자극을 얻는 기회가 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