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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산책

초서가 짱이랑께~ 「초의식 독서법」김병완

 

 

 

초의식독서법

 

 

 

종류 : 자기계발서

분야 : 독서법

저자 : 작가. 삼선전자 직장생활 10년. 퇴사후 3년간 1만권 책을 읽고 2년간 45권의 책을 씀.

요약 : 의식을 총동원한 독서와 초서. 제 2의 저자가 되어 새로운 깨달음을 저술하라.

 

 

퇴사 후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 시작한 김병완. 6개월간 주구장창 책을 읽었건만 남는게 없었다. 왜지? 김병완은 분석하기 시작했다. 읽었으나 남는게 없다. 이는 잘못된 독서를 했다는 뜻이다. 독서법. 그래 독서법이다. 모든 일은 효과를 내는 방법이 존재하는 법. 독서법을 확립해야겠다. 

 

그는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주요 내용을 독서 노트에 기록하고 간략한 코멘트를 달았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또 썼다. 그렇게 쓰다보니 사고가 정리되고 자료가 축적되고  공통점을 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책이 되었다.

 

훗날,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게 된 그는 자신이 해온 독서법을 이론화시켜 하나의 형태를 부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자기 독서법의 근거를 찾아 수많은 독서가의 자료를 뒤진다. 그는 특히 우리 선조의 독서법에서 매력을 발견한다. 그가 특히 집중한 것은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 다산은 정독 후 질서와 초서로 수많은 저작을 남긴 대학자다.

 

읽고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독서를 해온 김병완에게 다산은 무릅을 탁 치게 만드는 롤 모델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독서법이 '초서 독서법'. 이는 독서에 임할 때 의식을 집중 해야 한다는 '의식 독서법'과 결합되어 '초의식 독서법'으로 명명된다. 김병완의 초의식독서법은 그가 책을 읽는 동안 구체화 되어 실행되던 방법이 아니라, 나중에 이론화 된 것이다.

 

김병완은 독서의 신이 되는 공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독서의 신 = 1만시간 독서 + 올바른 독서법 + 점화 장치

 

그리고 이 공식에 1만 시간 독서에 노력을, 올바른 독서법에 초서독서법을, 점화장치에는 의식독서법을 대입시킨것이다.

 

저자는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냥 저냥 읽어제끼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장난과 수영은 다르다.” 누구나 물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수영을 배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책을 본다고 다 책을 보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에 앞서 올바른 독서법을 익혀야 한다고 김병완은 주장한다.

 

맞는말이다. 그냥 읽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모활동이다. 읽음으로 인해 생각과 사고가 촉발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적용하는 것이 독서의 참된 의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색하는 기술, 정리하는 기술, 깨달아 통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들을 통칭해 독서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올바른 독서법인 초의식 독서법은 무엇인가.

 

 

먼저 초서 독서법. 이는 책을 읽으며 핵심 내용과 사상을 발췌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기록하는 것이다. 초서를 통해 ①책의 내용을 환하게 꿰뚫고 ②기억력이 향성되고 ③배운점을 정리, 요약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김병완은 초서의 강점이자 실행이유를 '둔필승총'으로 정리한다.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 즉, 둔하지만 기록하는 사람이 결국 천재를 이긴다는 뜻이다. 김병완이 말하는 초서는 '입지, 해독, 판단, 초서, 의식'의 5단계로 진행된다. 주관을 세우고, 읽은 후, 취사선택해, 기록하고, 내면화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김병완은 다산의 초서를 모델로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김병완이 말하는 초서는 다산의 초서와는 다르다. 다산은 느낌과 의견을 적는 것은 질서, 발췌는 초서로 분류했다. 또한 다산의 초서는 독서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저술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주제에 따른 방대한 자료를 모아 거기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어 종류별로 엮어내는 것이 다산의 초서다. 반면 김병완이 말하는 초서는 질서와 초서가 뒤섞여있다. 독서의 보조수단으로 필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로 초서를 해석했다.

 

아마도 김병완은 다산이 사용한 초서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자기만의 독서 기록법을 몸에 익혔을 것이다. 후에 자신의 독서 기록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다산의 초서와의 유사점을 발견하고는 그냥 초서독서법이란 명칭을 붙인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산의 초서법에 대해 모르는 이라면, 김병완의 책만 읽고 초서의 의미를 짐작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의식독서법. 이는 사실 이론화의 기반이 빈약하다. 빈약하다기 보다는 이론화 시키기 어려운 영역이다. 의식독서법의 본질을 쉽게 표현하자면 '몰입' 혹은 '초집중'이다. 책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내가 책인지 책이 나인지 모르는 상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듯 시간이 후다닥 흘러가버리는 상태. 누가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 하는 독서를 의식독서법이라고 저자는 이름을 붙였다.

 

김병완은 이를 설명코자 선조들과 유명 독서가들이 독서를 하며 취했던 자세, 독서에 임하는 마음 가짐에 대한 기술 등을 열거했다. 그리고 이론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몰입 상태로 유도하는 '골프공 연습기법', '귤기법'을 소개해 놓았다. (이게 뭔지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라.)

여튼 의식독서법이 요구하는 것은 몰입이다.

 

이제 윤곽이 나왔다. 완벽히 몰입한 상태에서 읽고 생각하며 써라. 이것이 초의식 독서법의 핵심이다.

 

초의식 독서법

 

저자는 위의 그림과 같이 초의식독서법을 도식화 하였다.

 

 

방법론

 

 

그럼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것인가? 그 방법론으로 BTMS를 제시한다.

BOOK(책의 핵심), THINK(견해), MIND(의식 변화), SUMMARY(요약, 다음읽을 책 선정)의 앞머리를 딴 것으로, 독서 전의 상태에서 독서노트에 각 항목별로 한차례 기록하고, 독서 후에 다시 한차례 기록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통한 정신의 변화와 발전을 써서 남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책을 써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실 김병완이 제안한 초의식독서법은 독서기록법, 독후감 작성법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하며 쓰고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 결국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 저자가 직접 독서를 하며 그 효과를 체험했고 2년간 써낸 45권의 책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기에 김병완은 초서를 신봉한다.

 

사실 어느 정도 독서력을 갖춘 이들은 초의식 독서법에서 제안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법의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다. 읽으면서 요점을 찾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해 기록해 남기고 그것을 또다시 사색의 재료로 삼는 것.

 

하지만 대개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이기에 전문적이라 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김병완이 제시한 방법론인 BTMS를 참고하여 각자가 가진 독서방법을 점검하고 보완해 더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으리라 본다.

 

 

잠시 짚어 봐야 할 점도 있다.

 

 

독서법은 어디까지나 깨달음의 영역이다. 깨달음의 영역에 있는 것을 형식화 시켜 놓으면, 형식화된 것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그 틀에 갖혀버릴 위험이 있다.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체험적인 것이다. 누군가 제시한 틀을 따르면 쉽게 어느 수준까지 능력을 끌어 올릴수 있지만 그 틀에 자신을 고착 시켜 버리면 오히려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는데 장애가 된다.

 

초서와 BTMS를 실천하되 책에서 제시된 방법을 곧이 곧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독서법에 대한 책은 읽고 참고하되, 최종적으로는 내 것으로 변화시켜 나만의 독서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김병완은 책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3년간의 독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처럼 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혁명적인 두뇌 변화를 하게 될 수 있고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김병완은 3년간 도서관에서 1만권의 책을 읽기 전에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 했다. 그 근무기간이 그의 독서능력과 저작에 준 영향을 고려해야한다. 회사 생활 10년은 사람에게 상당한 수준의 내공을 쌓게 한다. 그 동안 작성한 기획, 보고서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을 겪으며 인간에 대한 통찰도 생겼을 것이며, 자신의 일을 하며 나름의 철학도 구축했을 것이다. 그 토대 위에서 3년 독서를 했기에 지금의 김병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