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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산책

「인턴」 - 마음 따뜻해지는 노을녘 풍경화같은 영화.

 

 

 

 

 

 


인턴 (2015)

The Intern 
8.2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르네 루소, 냇 울프, 애덤 드바인
정보
코미디 | 미국 | 121 분 | 2015-09-24
글쓴이 평점  

 

 

 

냉혹한 현실은 잠시 잊고

동화속 세상으로~

보고나면 3일 동안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18개월 만에 200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중견기업을 만들어낸 앤 해떠웨이(줄스 오스틴 역).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한다. 인턴으로 채용된 로버트 드 니로(벤 휘태커 역)는 CEO인 줄스를 보조하는 자리에 배치된다. 특별한 업무지시가 없어 며칠 동안 계속 자리만 지키는 벤. 하지만 여유로운 인간성과 깊이 있는 성품은 젊은 동료들의 호감을 사고, 솔선하는 모습과 지혜로움에 줄스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사이가 가까워진 줄스와 벤. 두 사람은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눈다.

 

 

제목과 포스터만보면, 은퇴한 노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 결국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영화일 것이란 느낌이 든다. 다소 뻔해보이는 스토리랄까. 실제로도 그 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가 아님을 금새 알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업무와 환경에 낯설어 하던 벤은 어느새 CEO인 줄스의 삶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조언자로 변하고, 당차고 멋진 여성이던 줄스는 겪어보지 못한 고민 앞에 흔들리는 나약한 어린아이로 변한다.

 

결국 인턴이란, 회사에 갓들어온 사회초년생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투르고 미숙한 삶을 살며 상처받고 흔들리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그 의미가 넓어지게 된다. 낯선 곳 낯선 업무에 힘겨워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 결국 숙련자가 되어야 하는 인턴의 숙명을 직장을 무대로 시작해 인생에 적용되도록 매끄럽게 그려내고 있다. 

 

 

▲ 멋있는 노년. 어떻게 늙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저 미소부터 연습해보자.

 

 

주인공 벤은 은퇴한 70대 노인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그 연세의 노인을 상상해보면 흔히 노인정에 모여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쉽게 연상된다. 살만큼 살아왔고,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고, 더이상 도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을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되는게 이유에 포함 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벤은 한가지가 다르다. 벤은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40여년간 일하고 회사간부로 퇴직한 경력을 잊지 못한 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 아니고, 젊은이들에게 조언이랍시고 함부로 충고하거나 가르치려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거나, 사회로부터 밀려났다는 느낌을 슬퍼하며 한탄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그 감정을 속이거나 덮어버리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겁내지 않고,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하지 않았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았을 테지만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의미있게 살아내고자 하는 그 모습이 깊은 인상을 준다.

 

 

▲ 야근 도중 벤에게 페이스북 계정 만들기를 알려주는 CEO 줄스.

 

 

영화는 전반적으로 사랑이 넘치고 포용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직장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그 흔한 직장내 인간관계 문제에 한 묘사가 없다. 이점이 비현실적인 동화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래서 오히려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대신 배우자 문제와 외부 CEO영입 문제를 통해 영화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막장 드라마에 비교하자면 사소한 긴장 소재이지만 워낙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난데없이 배우자 문제가 등장하니 이게 의외로 상당한 충격이 된다.

 

어찌되었건 영화는 해피엔딩. 하긴 이런 영화가 난데없이 배드엔딩이 되면 최악일것이다. 평론가들이 말하듯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한편의 어른 동화를 보듯이 봤다. 차갑고 힘겨운 현실에 이렇게 마음 따뜻한 세계도 있다는 환상을 한번쯤 품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보고 나면 3일은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 인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