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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소울을 담은 한국식 돈가스집 - 아프리카 앤 소울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은 한국식 돈가스집 - 아프리카 앤 소울




돈가스는 본래 서양음식이다. 그게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서양식 돈가스인 '홀커틀렛'과 일본식 '돈카츠'는 조리법이 다르다. '홀커틀렛'은 뼈가 붙어있는 고기를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지져서 만든다. 이후 접시에 담아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서 먹는다. 반면 '돈카츠'는 뼈를 발라낸 고기를 기름통에 푹 담궈 튀겨서 익혀 만든다. 칼과 나이프를 사용할 필요 없이 미리 잘라서 젓가락을 이용해 먹으며 국과 밥을 곁들여 먹는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게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또한번 모양이 바뀐다. 한국의 '경양식'집에서 판매하는 '돈가스'는 두꺼운 고기를 두들겨 넓고 얇게 편 후 기름에 튀긴다. 두꺼운 고기는 기름에 튀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택된 방법이다. 본 요리 전에 서양식처럼 스프가 나오고 '돈가스'에 김치를 곁들이고, 밥과 빵을 선택하거나 둘 다 먹는다. 서양 요리가 일본식으로 바뀌어 한국으로 들어와 세가지의 특징이 결합된 한국식 요리로 재탄생한 셈이다. 


아마 2000년대 까지는 경양식집에서 파는 한국식 돈가스가 돈가스의 대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는 일본식 '돈카츠'가 더 유행하게 되었고, 한국식 '정통 돈가스' 집은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일반 분식집에서 그 형태만을 확인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돈가스집에서 이 '정통 돈가스'를 만나게 되었다. 그곳의 이름 하야 '아프리카 앤 소울'. 이미 알만한 사람은 한번씩 다녀간 곳인듯 수많은 포스팅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쓴다. 볼 사람도 없을거 같은데...)



내부 분위기. 앞에 깔린게 메뉴판이다. 상세 사진은 다른 블로그들을 참조하시라~



본래는 서양 음식. 일본을 거쳐 한국식으로 재탄생한 '돈가스' 를 파는 곳임에도, 가게는 아프리카를 그리고 있는 재미난 곳이다. 사장님이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시는 분인가? 아니면 아프리카를 다녀와 정신적인 큰 성숙을 경험하신 분인가. 식당 외부부터 내부까지 한국의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원색이 칠해져있고, 아프리카! 라고 외치는 듯한 화려한 장식품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한쪽 벽면에는 여러나라의 코가콜라 캔과 병이 모여있다. 왠 코카콜라인가 싶은데, 영화 부시맨을 모티브로 인테리어 한게 아닌가 싶다. 지금의 장년층 대한민국 사람에게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영화인 부시맨. 코믹영화이자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념을 갖게 만든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튼, 한번 먹어 보았다. 메인 메뉴는 단 2가지. 돈가스 10,000원과 생선가스 15,000원이다. 그리고 무려 선불이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골랐다면, 여기요~ 하지말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먼저 하시면 되겠다. 여자 친구 모시고 처음 가는 분들 당황하지 마시라고 이미 당황해본 선배 입장에서 친절히 팁을 적어드린다. 



음식의 분위기. 위에 것이 생선가스, 밑에 것이 돈가스다. 

가스들보다 스프가 먼저 나온다. 상세사진은 다른 블로그를 참조 하시라~



우리 팀은 두가지 다 맛을 볼 생각으로 생선가스, 돈가스를 모두 시켰다. 25,000원이 투자 되었다. 과연 이 두 가스들은 25,000원 어치의 효용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주문 하고 결제를 마치고 나서 자리로 돌아와 착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이쁜 아가씨가 스프를 내어 온다. 아프리카 식으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하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프를 다 먹기도 전에 본요리가 나왔다. 가로 50cm 세로 100cm가량 되어 보이는 2인용 식탁을 가득 채우는 무지하게 큰 접시 2개에 사진과 같이 담겨져 있다. 그냥 개인적인 입맛대로 적어보자면 생선가스는 맛이 없었다. 왜냐면 나는 생선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선가스 특유의 겉껍질, 그 껍질이 기름을 머금고 있어서 두조각을 먹은 후에는 매우 느끼했다. 그럴때면 느끼해질 때 먹으라고 나온 김치를 먹으면 된다. 


경양식집에서 팔던 한국식 '정통 돈가스'의 면모는 돈가스에서 드러난다. 돈가스는 매우 넓고 매우 얇다. '정통 돈가스' 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저걸 잘 접으면 일식 돈가스 한덩어리정도의 크기가 될 것 같다. 샐러드와 단무지, 피클. 그리고 김치가 밥과 함께 자리잡고 누워서 이게 한국 돈가스 임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빵은 나오지 않았다. 경양식 집에서는 빵이 나온다고 백종원 아저씨가 그랬었는데...


돈가스를 잘라서 씹어본다. 음... 맛있다. 매우 잘 튀겨져 있다. 눅눅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알맞게 잘 튀겨져 있다. 보기와 다르게 돈가스 위에 뿌려진 소스의 양도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많다. 소스는 좀 느끼하다. 아.. 맛 표현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니 안타깝다. 소스가 좀 덜 뿌려졌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소스가 묻어 있지 않은 부분의 돈가스 맛이 더 담백하고 좋았다. 여성분들이 올린 후기를 보면 돈가스의 양이 너무 많다 심지어 다 못먹었다는 글도 보이는데, 남자들이라면 와구 와구 먹다보면 금방 먹는다. 


다 먹고 난 후에는 배가 불렀다. 나는 미식가가 아닌 관계로 돈가스 맛의 미세한 차이까지 느껴가며 감탄하지는 못했다. 가장 인상적인 맛은 식전에 나오는 스프, 잘 튀겨져 바삭한 돈가스의 식감이었다. 물론 일식 '돈카츠'나 분식집에서 파는 돈가스와는 맛이나 느낌이 다르다. 색다른 느낌이다. 예전에는 '돈가스'를 먹는다고 하면 모두 이런 것을 먹었을 텐데, 근래 먹어보지 못한 것을 먹어본  느낌이었다. 맛의 복고다. 젊은 세대는 복고에서 신선함, 새로움을 느끼고, 기성세대는 추억을 느낀다. 이런 면에서는 친구, 연인 뿐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가도 괜찮을 곳이다.

 

그러나 25,000의 값어치를 하는 음식인가라고 묻는다면 선선히 네 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싸지않다. 돈가스는 8천원? 정도 하면 괜찮을 듯하다. 돈페 같은 돈까스 뷔페에 가면 10,900원에 다양한 돈가스와 샐러드바, 음료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것과 비교한다면 아프리카 앤 소울의 돈가스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셈이다. 말했듯 나는 미식가가 아니기에 가성비에 근거한 평가를 중요시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앤 소울' 만의 값어치가 존재한다. 좋은 재료(국내산 냉장육)를 사용하고, 한국 경양식의 '정통 돈가스'를 맛볼 수 있으며, 아프리카를 이미지화 한 독특한 인테리어 속에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본다면 또 마냥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서비스업은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다 음식값에 포함되는 것이니 너무 가성비만 따지다가는 재미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내가 이런 곳까지 안다.' 는 느낌으로 지인에게 한끼 사기에 괜찮은 곳이다.